데크 | 디자인 4제 두 번째
뽀엥소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동네에 나무가 있다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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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인문사회계 중앙광장 너른긴데크 스케치,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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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 사전은 데크deck를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외부에 나무로 된 바닥' 이라 뜻풀이한다. 16세기 배의 '갑판' 을 일컫던 낱말이 '부두나 승강장의 나무로 된 평평한 바닥' 으로 의미를 확장한 것은 19세기 후반이고, 미국에서 집에 딸린 '목재 테라스' 가 떨어져 나와 공원이나 정원의 시설물로서 지금과 같은 뜻을 갖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일 것이다. 스페인어나 프랑스어에서 데크를 una terraza de madera, une terrasse en bois로 번역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데크는 전통적인 유럽 정원의 발달 과정에서 나왔다기보다 미국 조경의 발달 과정에서 공원으로 들어온 시설로 추측한다. 데크라는 단어가 같은 영어권 국가인 영국보다 미국에서 의미가 확장됐다는 사실과 별개로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산림 자원을 가지고 있던 북아메리카의 상황과 집을 짓는 재료로서 목재 그리고 가공 기술의 발전과 관련되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거기다 공원을 정원 역사의 연장선에 놓고 보면 유럽의 정원에서 목재는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는데 그것은 외부 공간을 만드는 재료로 가공하기 쉬운 석회암과 대리석이 있어 굳이 내구성이 떨어지는 나무를 재료로 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대충 훑어보았지만, 이십 세기에 생겨난 데크는 이제 기원전 사천 년 페르시아 정원에서 시작한 조경의 역사에서 전통적인 파빌리온이나 그늘집과 함께 외부 공간을 구성하는 시설 일반이 되었다.
중첩하여 비껴 열린 조경의 공간 구조 속에서 데크는 의자와 달리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그것 자체가 완결된 형태의 독립된 시설물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데크는 두 개의 층위를 갖는다. 먼저 바닥으로서 데크는 땅의 표면으로 재료의 물성物性을 통해 영역을 나눈다. 바닥의 재료가 바뀐다고 공간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공간의 성격을 달리 규정한다. 접점接點, 경계境界에서 데크는 연장된 땅의 일부로 외부를 향해 뻗어나간다. 이렇게 열린 시야를 가진 데크는 바람자리風點가 된다. 두 번째 층위인 지면에서 최소한의 높이 이상으로 떠 있는 데크는 지면에 붙은 데크와 달리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전이轉移한다. 중력에 대한 수줍은 저항으로 뜬 데크는 다릿발을 감추고 허공에서 무심하게 시간을 허물고 의사擬似 무중력의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눕고 뒹굴다 엎드리고 자다 깨는 데크는 풀밭의 연장이고 무심한 하늘 밑이다.
이러한 데크가 가진 고유성은 목재라는 물성이 전해주는 돌이나 철에 견주어 부드럽고 그것이 전하는 다스한 온기와 온화한 빛깔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인간과 비슷한, 아니면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자란 살아 있는 나무가 죽어 남긴 몸이라는데 있다. 돌이나 철이 인간에게 차가운 것은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시간을 가진 까닭과 상반된 이유다. 재료로서 나무는 죽은 몸으로 몇백 년을 버텨내기도 하지만, 쉬 비틀어지고 썩으며 한순간 재가 되어 완전히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극단적 가변성 때문에 더 특별할지도 모른다. 정원이나 공원에서 목재로 된 것이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은 그것이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져 흔적도 남지 않는 자연으로 완벽한 귀의歸意에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데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릴 적 마루와 툇마루에서 평상으로 이어지는 기억 때문이다. 한옥의 구조를 흉내 낸 그 집에서 마루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중간 영역으로 앞뒤가 늘 열려 있어 바람 불면 좋고 비 오면 더 좋았다. 툇마루는 햇빛의 자리다. 종일 내리쬐는 빛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농도를 달리하여 끝없이 하릴없게 만들었다. 평상의 가장 놀라움은 이동성이다. 언제든 어느 곳에도 놓을 수 있는 평상은 마당을 한 바퀴 돌다 마을 어귀 팽나무 아래 자리를 잡는다. 평상은 밥을 먹기에 좋고 책 읽기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밤에 누워 별을 보는 일이다. 그때 하늘에 아직 은하수가 있었다. 이제 맑은 날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은 마흔 개가 채 안 된다. 우주가 이렇게 사라졌다. 그래도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 데크가 들어섰을 때 젊은 친구들이 서울 하늘에 아직도 빛나는 늑대별Sirius 天狼星을 볼 수 있기를 그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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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는 외래어 표기(편수 자료(1987년))에 ‘덱’으로 올라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deck, n. 3. a wooden floor built outside, where people can sit and relax,
캠브리지 사전cambridge dictionary, https://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deck.
1872–
deck, n.
By extension, any kind of floor or platform, as the floor of a pier or landing-stage, or the platform or roadway of a deck-bridge ···
옥스포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https://www.oed.com/search/advanced/Meanings?textTermText0=deck&textTermOpt0=WordPhrase&page=1&sortOption=AZ.
n. 1.(항해) 갑판, 덱 4.[미] (집에 딸린) 목재 테라스
프라임 영한한영사전, 동아출판사, v.4.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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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하늘목장, 2013_2014.
바닥데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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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엥소 거리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1996 | 1998 _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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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나무가 있다 _06
뽕나무 Morus alb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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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17" N
127° 00' 09"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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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고개 넘어 2리 정도 북쪽으로 걸으면 선잠단지先蠶壇址가 나온다. 조선시대 왕비가 친잠례親蠶禮를 하던 곳이다. 나라에서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왕비가 직접 누에를 치고 잠신蠶神인 서릉씨에게 제를 올렸단다. 이 동네에 뽕나무가 적잖다. 명륜당이 있는 성균관대학교 담벼락에 붙어 뽕나무가 군식을 이뤄 늦봄 길바닥에 오디가 가득하다. 물론 조선시대 나무는 아니지만, 더욱이 이 뽕나무는 자란 지 얼마 안 되는 묘목이지만, 새들은 대를 이어 부지런히 오디를 물고 이곳저곳에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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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09
_ 2017.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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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을 다투지 않고 그저 해초海草처럼 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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