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디자인 4제 첫 번째
뽀엥소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동네에 나무가 있다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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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역사공원 둥근긴의자 스케치 _2015. 04. 08.
공원이나 광장에서 사람의 행동은 '서다. 앉다, 눕다'로 수렴收斂된다. '서다'는 중력을 거스른 직립 상태로 여기서부터 걷다, 뛰다, 오르다, 어슬렁거리다, 흐느적거리다 따위로 나아갔다 멈춘다 혹은 멈춰 선다. '앉다'는 중력에 반쯤 저항하고 반쯤 순응한 자세로 한 자리에 닻을 내린다. '앉다'는 그러나 행위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다른 행위로 이어진다. 그래서 문장으로 보면 '-아서'라는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가 붙어서 완결된다. '눕다'는 중력과 몸이 다툼 없는 상태를 유지하며 몸은 땅과 하나가 된다. 그래서 '눕다'는 그 자체로 완결된 행위다. 가끔 '-워서'라는 연결 어미가 붙기도 하지만 눕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잠과 죽음의 자세가 그러하다. 그러나 공원에서 '눕다'는 노숙자, 풍기 문란을 이유로 공권력에의해 조직적으로 방해받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의자 중간중간에 달아 놓은 가로못된걸림쇠 또는 가로못된걸림막대다.
의자는 이 세 개의 기본 행위 중에 '앉다'와 관련된다. 공원에서 '앉다'는 이어지는 다른 행위가 따르지만 대부분 휴식을 의미한다. 한영애의 노래 '안부'에 '공원 벤치에 앉아 새들의 노랠 들어요 | 노란색 작은 꽃 모두가 아름답네요' 라는 구절처럼 앉아서 나무도 꽃도 사람도 본다. 여기서 의자의 또 다른 역할이 드러난다. 공원의 의자는 휴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극장의 객석과 같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 이것은 공원이 갖는 기능에서 나온 것이다. 너와 내가 서로의 배우이자 관객이 되는 보이고 보는 역할의 끝없는 순환이 공원에서 일어나는데 의자는 여기서 무언가를 응시凝視하는 또는 멍한 눈으로 흘러가는 사람을 바람을 나뭇잎을 꽃을 나비를 서러움을 보게 한다.
이야기가 조금 앞서 나갔지만, 의자는 단순히 휴식을 위한 시설물이기보다 휴식을 위한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의자는 공간의 성격을 규정 짓는다. 그러나 의자만 있다고 휴게공간이 되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와 적절한 위요를 갖는 안정된 공간에 의자가 놓일 때 비로소 우리는 그곳을 휴게공간이라 이름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의자를 중심으로 최소한 일련의 공간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마음 만으로 삶이 완성되지 않지만, 마음으로부터 삶은 구체적 형상을 갖춘다. 의자는 그래서 마음이다. 이런 억지를 부려서라도 공원에 의자는 많을 수록 좋다. 그것도 크고 넓은 의자가. 크고 넓은 의자는 '-아서'에 뒤따르는 어휘를 풍부하게 한다.
공원에서 의자의 또 다른 기능은 오브제다. 기능이라기보다 역할이 더 적확해 보이는데, 이 세 번째 역할은 의자가 가진 원래의 기능과 때로 상충한다. 잘 만들어진 보기 좋은 의자는 공간의 질을 높인다. 보기만 좋은 의자를 잘 만들어진 물건이라 할 수 없지만, 때로 설계가는 보기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기능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가 자주 있다. 의자의 경우 전체가 돌이나 콘크리트만으로 만들어질 때가 그렇다. 앉는 자리가 돌이나 콘크리트일 경우 돌이 뿜어내는 기운이 체온과 간극이 커 연중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앉는다 하더라도 착석감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이 만들어진 것은 순전히 나름의 심미적 이유밖에 없다. 외부 공간에 만들어지는 의자의 경우 앉는 자리의 재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외부 공간에 놓이는 시설물 디자인이 그러하듯 긴의자 디자인은 간결하고 단단하며 넉넉하고 단순하게 만들어 적절하게 놓는다. 간결은 만듦새, 단단함은 물성, 넉넉함은 쓰임, 단순함은 시공성, 적절함은 공간 구조와 관계를 말한다. 덧붙임과 치장 없는 간결한 만듦새는 의자라는 사물이 자신을 주장하지 않으며 풍경 속에 어우러진다. 단단함은 재료의 물성이 가진 성질을 고스란히 드러내 시간과 함께 마모되어 가게 한다. 사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넉넉함은 사물이 가진 또한 사물로 인한 쓰임의 가능성을 넓히고 열어 두는 일이다. 단순함은 공정工程의 단계를 최소화하고 명확한 결과로 드러나는 시공성을 말한다. 그렇다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적절함은 하나의 시설이 그 공간에 놓여 공간과 상호 반응하면서 형식과 내용을 규정한다.
한영애, 안부, 작사 한영애, 작곡 강산에, 앨범 샤키포, 나무뮤직, 2014.
mm 설계에서 모든 단위는 밀리미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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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나무의 의자는 콘크리트와 목재 그리고 가구架構를 이루는 스테인리스스틸 각관으로 구성된다. 주로 콘크리트를 쓰는 이유는 빚음성可塑性과 돌에 버금가는 경도 때문인데 문제는 시공하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탄다. 긴의자의 경우 폭 600mm에서 900 사이, 때로 1,200까지, 길이는 공간 규모에 맞게 그때그때 다르다. 목재는 48x50 각재 하드우드를 세로 방향으로 깐다. 양쪽에서 앉는 경우 상판 전체를 깔고 녹지에 붙은 경우 100-150 정도 콘크리트를 남겨둔다. 높이는 450을 기준으로 하는데 엘의 박준서 소장은 350에서 400 높이를 권한다. 전체가 목재로 된 긴의자는 대부분 데크 위에 놓지만, 하늘목장에 놓인 것처럼 초지 위에서도 잘 어울린다. 두 개가 마주 놓인 긴의자의 사이 간격은 1,000 정도가 적당한데 요즘은 장애인을 위한 규정에 따라 1,200 또는 1,500 너비로 띄우도록 강제한다. 세상의 강제가 옳은 경우는 거의 없다. 목재를 고정하기 위해 육각머리직결나사를 사용하며 마지막에 오일스텐은 바르지 않는다. 하드우드는 목재의 색이 빠지면서 잿빛을 띠게 돼 시간이 지날수록 콘크리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긴의자는 기본적으로 쓰임의 행태에 따라 혼자 앉는 의자, 여럿이 앉는 긴의자, 마음데로 쓰는 너른의자, 등의자로 나뉘고, 형상에 따라 둥근의자, 사각의자, 삼각의자, 모꼴의자, 비낀의자, 꺽인의자 그리고 재료에 따라 목재의자, 철재의자, 콘크리트의자로 구분한다. 각각의 의자는 형상, 재료, 행태 순서로 붙여 이름한다.
의자 | 사각목재의자, 둥근스테인리스스틸의자, 식재상자붙은의자
긴의자 | 긴의자, 비낀긴의자, 꺽인긴의자, 둥근긴의자, 둥근모꼴긴의자, 목재널덧댄긴의자, 콘크리트긴의자, 비낀둥근콘크리트긴의자, 목재긴의자, 꺽인목재긴의자, 둥근목재긴의자, 철재긴의자, 석재긴의자, 타일붙인긴의자,
너른의자 | 삼각너른의자, 사각너른의자, 식재상자붙은모꼴너른의자
등의자 | 너른등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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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 사각목재의자
서울 중림동 서소문역사공원,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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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 식재상자붙은의자
서울 성수동 하우스디세종타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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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긴의자
서울 중림동 서소문역사공원, 2019. | 제주도 제주시 이도일동 장애인복지회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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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비낀긴의자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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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꺽인긴의자
전라북도 임실읍 임실창고196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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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둥근긴의자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대관령 하늘목장, 2014. |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고등학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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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둥근모꼴긴의자
부산 하단동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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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목재널덧댄긴의자
부산 하단동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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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콘크리트긴의자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대관령 하늘목장, 2014. | 서울 중림동 서소문역사공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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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비낀둥근콘크리트긴의자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대관령 하늘목장,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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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목재긴의자
인천 석남동 인천보건고등학교, 2024. | 서울 중림동 서소문역사공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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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꺽인목재긴의자
제주도 제주시 이도일동 장애인복지회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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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둥근목재긴의자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대관령 하늘목장, 2014. | 서울 다동 대구은행금융센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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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철재긴의자
강원도 홍천군 동막리 해밀숲수목원 류인조각정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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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석재긴의자
충청북도 청주시 내덕동 문화재조창 한국공예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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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 타일붙인긴의자
충청북도 청주시 내덕동 문화재조창 한국공예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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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의자 | 삼각너른의자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국립과천과학관, 2022. | 서울 다동 대구은행금융센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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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의자 | 사각너른의자
제주도 제주시 이도일동 장애인복지회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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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의자 | 식재상자붙은모꼴너른의자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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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자 | 너른등의자
서울 중림동 서소문역사공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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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엥소 거리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1996 | 1998 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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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나무가 있다 _05
모과나무 Chaenomeles sinen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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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2' 22" N
127° 32' 28"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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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죽림정사 스님을 뵈러 갔던 길에 본 경내의 모과나무 한 그루. 멀리서 보면 열매는 모과인데 수피는 전혀 모과나무 같지 않던 오래된 나무. 울퉁불퉁하고 보통 모과의 두 배 크기는 될 법한 열매를 매달고 선 나무를 보고 한참을 신통해한다. 올라오는 길에 모과 하나를 덩그러니 받아 온다. 올겨울은 모과차를, 그 오랜 나무가 키워낸 시간을 잠깐 들여다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_2024. 10.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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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08
_ 2017. 03.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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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나무 ateliernamoo.xyz@gmail.com
+82 2 766 4128-9
02880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43길 16,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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