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門 _디자인 4제 네 번째
·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인문사회계 중앙광장 대수선 준공식
· 동네에 나무가 있었다 _10
·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17
|
|
|
문을 말하다 ⠑⠛⠮⠀⠑⠂⠚⠊
'드나들거나 넣었다 꺼내기 위하여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1) 문門은 사물인 동시에 관념觀念이다. 문의 관념은 상징과 은유로 나타나며 이때의 문은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다른 한 세계를 오롯이 의미하고 그 알 수 없는 상태를 암시한다. 맞닿은 두 세계가 품고 있는 의혹과 불안, 적의와 탈주, 절망과 도피의 통로로써 문은 있다. 알 수 없음未知과 막연한 희망 사이에 문이 있다. 사물로서 문은 두 공간을 이으면서 막는 역할을 한다. 공간을 이야기할 때 문은 언제나 담 | 벽壁과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 까닭은 두 개의 공간을 가르는 것은 문이 아니라 담이기 때문이다. 담은 두 공간이 가진 차이나 유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공간을 나누고, 이 강제로부터 안과 밖이라는 공간을 만든다. 안은 밖에 의해 한정되고 밖은 안에 의해 규정된다. 이렇게 안팎으로 나뉜 공간은 문을 통해 이어진다. 열린 문은 담과 달리 두 공간을 이어 흐르게 하지만, 닫힌 문은 담의 일부로 환원되어 안을 가둔다.
문과 담은 경계에 있다 ⠑⠛⠈⠧⠀⠊⠢⠵⠀⠈⠻⠈⠌⠝⠀⠕⠌⠊
안팎의 경계境界에 문과 담이 있다. 안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에 문과 담이 있으며 밖을 가장 가깝게 무엇보다 먼저 만나는 곳이 문이다. 경계는 서로 다른 것이 맞닿은 자리로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지만, 차이가 시작되는 선형의 물리적 공간으로 드러난다. 안과 밖이 대립할 때 경계는 전선戰線이 되고 안팎이 공존할 때 경계는 완충지대緩衝地帶가 된다. 전선과 완충은 경계의 모습이 아니라 대립과 공존이라는 안팎의 관계가 경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양태樣態로 경계 자체는 특별한 성질을 갖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경계는 안과 밖의 맥락脈絡과 자장磁場 안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공간이다. 문과 담은 이러한 경계의 한 양상樣相이며 경계를 만드는 물리적 방식 중 하나다. 경계에 섰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안을 또는 밖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당위當爲와 그러한 연유緣由로 경계에서 조경이 시작된다.2)
한때 문의 시대가 있었다 ⠚⠒⠠⠊⠗⠀⠑⠛⠺⠀⠠⠕⠊⠗⠫⠀⠕⠌⠎⠌⠊
조경에서 말하는 문은 위치와 용도에 따른 종류로 보면 대문大門을 일컫는다. 대문은 그것이 놓인 위치나 공간의 위계, 관련된 건물, 형식과 형태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는다. 고을이나 성으로 들어가는 관문關門이 있다. 성은 성벽을 따라 성문城門, 옹벽을 쌓아 문을 보호한 옹성문甕城門, 몰래 드나들도록 만들어 놓은 암문暗門_사잇문, 물길이 지나가는 수문水門_수구문水口門, 시체를 내보내는 시구문屍口門이 만들어진다. 궁궐의 문을 궐문闕門이라 하고 누문樓門의 형식을 취한다. 궐 안에 중문中門과 후문後門이 있다. 형태에 따라 솟을대문高柱大門, 평대문平大門으로 나뉘고 세 개의 문이 붙은 삼문三門 형식이면 솟을삼문高柱三門, 평삼문平三門이 된다. 여기에 좌우에 붙은 문을 협문夾門 또는 편문偏門이라 부른다. 두 개의 기둥에 지붕을 얹은 문은 일각문一角門, 네 개의 기둥을 세워 만든 문은 사주문四柱門이다. 사찰寺刹은 산문山門, 대문, 중문이라는 삼문 형식을 따르는데 공간의 전개에 따라 일주문一柱門, 금강문金剛門과 천왕문天王門, 불이문不二門과 해탈문解脫門이 순차적으로 놓인다. 삼문 형식은 어쩔 수 없이 해탈에 이르는 삼해탈문三解脫門3)을 공간으로 풀어낸 것이라데 생각이 닿는다. 물론 여기서 문門은 방편方便을 뜻하지만. 그리고 붉은 색을 칠한 홍살문紅箭門, 충신이나 열녀를 기리는 정려문旌閭門 또는 정문旌門, 제주도의 문인 정낭, 늙지 않기를 바라며 돌로 만든 불로문不老門, 섶으로 엮어 만든 사립문이 있다.
산과 강이 지경地境을 이루고 궁궐에서 민가까지 어느 집이고 대문이 있던 시대에 대문의 안쪽은 늘 마당이었다. 대문을 열고 마당을 가로질러 대청에 오르면 비로소 방과 마주한다. 여기서 마당은 대문과 건물 사이의 매개나 완충의 소극적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쓰임을 갖는 기능적 공간이면서 건물이라는 물리적 사물에 대한 비어있음이라는 공간적 실체로 집이라는 공간 구조를 상보적相補的으로 완결한다. 농경사회에서 마당은 내부의 연장으며 동시에 밖에서 가져온 일을 마무리하는 작업장이다. 마당은 일상의 공간이면서 절기節氣에 따른 사건과 행사가 치러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당은 안쪽에서 밖을 향한 시선으로 보면 밖의 허공을 마주한 안의 완강한 허공이다. 허공이라는 같은 양상으로 존재하면서 자연의 절로 그러함과 인간의 인위라는 서로 다른 행위를 담는 상대적 공간으로 존재하고 그 경계에 문과 담이 있다. 다시 말해 마당은 대문과 담에 의해 비로소 형태를 갖추고 그러한 까닭에 마당은 대문과 담의 존재 이유가 된다.
대문, 세상을 상징하다 ⠊⠗⠑⠛⠐⠀⠠⠝⠇⠶⠮⠀⠇⠶⠨⠕⠶⠚⠊
한양에 이르러 창덕궁 후원의 연경당에 가려면 누문 형식의 성문인 숭례문崇禮門으로 들어와 운종가를 지나 북영천을 따라 오르면 창덕궁에 다다른다. 누문인 돈화문敦化門을 거쳐 금천교 건너 중문인 진선문進善門으로 들어가 중문마당을 지나고 숙장문肅章門을 나와 후원을 한참 걸어 들어가면 부용지 앞 과장科場과 습진習陣을 하던 영화당 마당을 거쳐 조금 더 들어가면 불로문不老門을 만난다. 애련지와 어수당의 마당을 지나 작은 돌다리를 건너면 연경당에 이른다. 솟을대문인 장락문長樂門을 들어서면 행랑마당이 있고 여기에 다시 두 개의 중문을 마주한다. 왼쪽의 수인문脩仁門을 지나면 안채인 내당이고 오른쪽의 장양문長陽門으로 들어가면 사랑채인 연경당演慶堂이다. 안채마당의 태정문兌正門과 통벽문通碧門, 사랑채마당과 연결되는 정추문正秋門과 우신문佑申門, 사랑채마당의 소양문昭陽門, 농수정으로 연결되는 태일문太一門, 농수정 뜰의 소휴문昭休門이 있다.
어수당 마당에서 행랑마당으로, 행랑마당에서 안채마당으로, 안채마당에서 사랑채마당으로, 사랑채마당에서 농수정 뜰로, 뜰에서 담 밖 애련지나 폄우사로 내려가는 동산의 숲. 이런 일련의 공간 전이轉移에서 문은 단순히 이쪽과 저쪽을 가르고 잇는 것을 넘어선다. 넘어서는 문마다 달아놓은 현판懸板은 문이 끌어안고 있는 안쪽을 암시하거나 건너의 세상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그 세계는 문마다 다르나 또한 하나의 세상을 여러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일 수도 있다. 같이 즐거움을 누린다는 장락長樂, 길이 볕이 든다는 장양長陽, 인仁을 닦는다는 수인脩仁, 곧고 바르다는 태정兌正, 푸른 곳으로 통한다는 통벽通碧, 돕기를 거듭한다는 우신佑申, 한창 무르익은 가을이란 정추正秋, 밝고 아름다운 봄빛의 소양昭陽, 우주 만물의 본원으로 통하는 태일太一 그리고 아름다움을 이어받는다는 뜻의 소휴昭休까지. 이 아름다운 서정과 지독한 상징은 괴석과 화계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마당과 담 밖 연경당을 옥죄듯이 감싼 숲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현판과 주련柱聯, 각자刻字는 조선을 중심으로 주변의 나라가 보편으로 공간을 완성하는 한 형식이지만 그것을 구현하는 물리적 양태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형태와 형상에 머물지 않고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는 경관을 보여준다. 이렇게 문의 시대가 있었다.
대문이 사라지고 있다 아니 사라졌다 ⠊⠗⠑⠛⠕⠀⠇⠐⠣⠨⠕⠈⠥⠀⠕⠌⠊⠀⠣⠉⠕⠀⠇⠐⠣⠨⠱⠌⠊
이십세기 초부터 팔십 년대까지 한옥에서 도시한옥으로, 일본식 목조주택에서 양옥의 문화주택, 단독주택으로, 초가집에서 슬레이트지붕집으로 바뀌는 사이에 대문은 일각문에서 문간채가 딸린 평대문으로 바뀌었고, 양식과 재료가 변하면서 블록담장과 콘크리트 지붕이 씌워진 또는 그것마저 없는 철대문으로 바뀌었지만 대문과 마당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우물가와 수돗가 사이에 수동 펌프가 있고 꽃밭이 자리한 마당이 사라지지 않은 동안은. 사회가 문화가 시대가 물적 가치와 자본으로 빨려 들어가고 이것이 다시 사회를 문화를 시대를 바꾼 욕망의 자리에 자연에게 내어줄 마당 한 켠은 용납되지 않는다. 내부를 가둬 통제된 편안함과 안온함 속에 몸을 밀폐시키면서 집의 내부는 마당의 경계까지 팽창하고 도시에 포섭包攝되어 담을 허물고, 차에 내어준 마당은 사실은 안이 아니라 길의 일부로 밖이 되어버렸다. 담장도 마당도 사라진 마당에 문의 존재 이유 또한 사라졌다. 이제 어느 도시를 둘러보아도 번듯한 문과 울을 가진 집을 만나기 쉽지 않다. 내 집 앞으로 물건을 전달하러 온 사람마저 막아서는 이기적 배타와 상업 자본을 뽐내드키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입구를 으쓱문誇示門이라 부르면 모를까, 대문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왜 문인가 ⠈⠪⠐⠎⠢⠝⠊⠥⠀⠧⠗⠀⠊⠗⠑⠛⠮⠀⠊⠕⠨⠣⠟⠚⠉⠵⠫
문이 한 세계를 상징하던 시대는 지났다. 공간이 문자와 어울려 문학적 상상력으로 경관을 펼쳐내던 감각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으며, 하나의 양식 속에 무수히 일어나는 미묘한 감각의 변주變奏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먼 산길 걸어 숲속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기둥에 지붕만 얹은 일주문을 지나 다시 한참 산길을 올라 만나는 천왕문 속 사천왕 그 발 아래 있는 나 그리고 난간 없는 돌계단 디뎌 금당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으로 건너는 불이문이 만드는 공간 전이의 긴 과정으로써 문을 우리는 이제 참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언제가 이야기했듯 '하나의 긴 과정을 이루는 입구, 문은 몸의 움직임과 시각의 전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마음의 전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정의 공간이 아닌가. 문은 단지 물리적인 하나의 면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문을 포함하는 어떤 공간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4) 다시 말해 공간과 공간이 만날 때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부딪칠 때 그래서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갈 때 우리는 그저 몸만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변화와 경관의 전이 그리고 마음의 자세 또한 달라지거나 달라져야 한다. 이랬을 때 문은 사찰 삼문 형식이 갖는 장대한 축척의 공간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공간과 거기에 깃든 시간이 만드는 과정을 통해 느리고 우아한 그러나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마음의 전이變心를 갖을 수 있고 또한, 가지길 소망한다. 문이 없는 시대이기에 더욱.
|
|
|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_https://stdict.korean.go.kr
2. 이수학, 태도 I, 2023, 19쪽.
'마주한다는 행위가 만들어낸 ‘어떤’ 결과물로서 조경은 마주한 것이 가진 차이가 부딪쳐 빚어지는 인식적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두 무엇의 경계를 따라 형성된 공간이거나 경관으로 드러난 물리적 결과물이다. 이 ‘마주한 어떤 것’은 물리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문화적 양상樣相일 수도 있고, 상상과 마주한 인식일 수도 있다. 또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일 수도 있고 이념이 충돌하는 자리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지점,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둘이 만나는 자리에서 조경이 시작된다.'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_https://stdict.korean.go.kr
'해탈을 얻는 세 가지 방편으로 공 해탈문空解脫門, 무상 해탈문無相解脫門, 무작 해탈문無作解脫門이다.'
4. 이수학 · 정성훈, 초벌그림을 그리다, 중 '보스케-포물선을 그리다 _중동고등학교 교문 새롭게 만들기 프로젝트', 도서출판조경, 2006, 30쪽. 이수학, 태도 I, 79쪽에서 다시 인용하다.
________
참고 서적
1. 주명덕, 한국의 고건축 7 수원성, 글 김원, 도서출판 광장, 1981.
2. 윤국병, '담장과 대문', 월간 종합디자인 10월호, 1982, 60-65쪽.
3. 신영훈, 한국의 살림집, 열화당, 초판 1983, 4쇄 1991.
4. 장경호, 신영훈, 정재훈, 허영환, 임영주, 사진 김대벽, 한국의 고궁 2 | 창덕궁, 초판 1986, 삼판 1992.
5. 안영배, 한국 건축의 외부 공간, 보진재출판사, 1989.
6. 글 한영우, 사진 김대벽, 창덕궁과 창경궁 조선왕조의 흥망 _그 빛과 그늘의 현장, 열화당 · 효형출판, 2003.
7. 한국건축역사학회 편, 한국 건축 답사 수첩, 동녘, 초판 1쇄 2006, 초판 5쇄 2009.
8. 문화재청, 궁궐의 현판과 주련 제2권 창덕궁 · 창경궁, 수류산방, 2007.
________
도움 받은 누리집
한국어 맞춤법 | 문법 검사기 _https://nara-speller.co.kr/old_speller/
한국민속대백과사전 _https://folkency.nfm.go.kr
점자로 _https://jumjaro.org
|
|
|
제2시민안전체험관 | 보라매안전체험관 벽문壁門
|
|
|
현상설계 벽문과 행사마당 스케치, 2004. 07. 19.
|
|
|
입구 | 벽문, 2011. 01. 27.
일괄입찰 설계였다. 과장되고 의미 없는 상징과 선정적 상업주의가 건축 판을 휩쓸던 시기였다. '대지 전체를 지진에 의해 이루어진 균열의 땅으로 보고 건축물 자체가 절리된 계곡의 조형물이 되며 진입부 또한 융기와 침하가 이루어진 형상을 갖는다.' 1) 벽문壁門의 형상은 그리하여 나왔다. 계획대로라면 세 개의 벽문이 서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두 개만 시공되었다. 그래서 가서 보면 입구도 아니고 입구 아닌 것도 아닌 이건 뭐지 하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안쪽의 화강석은 덧대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거친 콘크리트 마감으로 처리되었으면 훨씬 힘이 좋았을 것이다. 사실은 비례도 좀 이상하다. 현상 때는 가로로 길게 그렸는데 실시하면서 거의 정사각형이 되었다. 콘크리트 마감에서 관습으로 30-10mm까지 하는 모따기는 근절根絕되어야 한다. 뒤에 지속적으로 반복되지만, 관에서 발주한 공사에서 그 많은 협의, 심의와 조율을 거쳐 설계하였는데 막상 현장에서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는 것, 임의로 바꾸는 것을 관례처럼 여기는데 법규를 만들어 관련된 공무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설령 그들이 절차를 지켰다고 형식적인 문건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설계도서와 상관없이 임의로 바꾸는 시공은 디자인의 문제를 넘어 공사 안전까지 위협하는 씨앗이 되고, 조경의 측면에서 보면 정교하게 짜놓은 공간의 얼개와 만들어져야 할 경관을 망가뜨려 버린다.
________
위치 |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20나길 16
대지 면적| 4,753m2
발주처 | 소방방재본부 |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건축설계 |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전시 | 시공테크
설계 기간 | 2004. 05. _2008. 08.
시공 | 현대산업개발
시공 기간 | 2008. 10 _2010. 05.
1. 이수학 · 정성훈, 초벌그림을 그리다, 중 '낯선 풍경으로 들어가다 _제2시민안전체험관 일괄입찰', 도서출판조경, 2006, 66쪽.
|
|
|
중동고등학교 교문校門
'하나의 긴 과정을 이루는 입구, 문은 몸의 움직임과 시각의 전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마음의 전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정의 공간이 아닌가. 문은 단지 물리적인 하나의 면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문을 포함하는 어떤 공간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물다섯 주의 은행나무가 만드는 높이 10미터에 폭 20미터, 길이 60미터의 공간이 문이 되었다.
외부를 향해 열려 있음과 동시에 학교를 부드럽게 감싸안는 형상을 가진 커다란 호를 그려서 교문의 선형을 잡는다. 선으로 시작된 이 면은 수직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15도로 기울어지면서 비스듬히 막아선다. 평면의 틀어진 호가 이중의 적용을 통해 비대칭의 입면을 이뤄 차량 진입과 보행자가 들어가는 부분을 도려냈다. 그리고 7미터 간격으로 잎지는 큰키나무_은행나무를 심어 격자숲un bosquet을 만든다.'
이수학 · 정성훈, 초벌그림을 그리다, 중 '낯선 풍경으로 들어가다 _제2시민안전체험관 일괄입찰', 도서출판조경, 2006, 30쪽.
|
|
|
미서기문 및 레일 평면도 | 미서기문 전개도 및 평입단면도, 2006. 04.
|
|
|
기초 및 옹벽 구조 배근도 | 미서기문상세도 , 2006. 04.
|
|
|
거푸집을 짜고 콘크리트 타설하다. 2006. 04. 24.
|
|
|
거푸집 해체하고 은행나무와 소나무를 식재하다. 2006. 05. 01.
|
|
|
은행나무 보스케bosquet 안쪽에서 교문을 바라보다. 2006. 09. 26.
|
|
|
새로운 체육관을 짓기 위해 나무는 모두 사라지고 덩그러니 용골만 남았다. 2006. 12. 19.
________
위치 | 서울 강남구 일원로 7
면적 | 1,516 m2
발주처 | 중동고등학교 백주년 기념사업회
설계 기간 | 2006. 02. _2006. 04.
시공 | 주) 씨스페이스 종합건설 | 주) 정경원
시공 기간 | 2006. 04 _2006. 06.
|
|
|
동덕여자대학교 제2캠퍼스 예술관 및 자연관 | 예지관 문문文門
'전이의 과정으로써 문은 경관적 단절을 통해 완성된다. 그래서 문은 최소한 어느 정도의 두께를 가져야 하고 그 두께는 공간적 깊이로 확장된다. 공사계획평면도를 보면 꺽고 꺽어 직각으로 만나는 두 개의 벽은 앞쪽으로 삼각형의 최소 공간을 확보하고 사이에 문이 놓인다. 문을 건너면 텅 비어있는 필로티의 허공 끝에 계단과 중정이 있다. 그러나 허공과 마주한 작은 문이 빈 공간을 끌어안아 확장된 공간으로써 입구가 되기 위해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아마 그것은 상징이나 은유로부터 비롯된 상상의 풍경과 만나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랬다. 지식이 말言을 통해 전해지고 그 말은 문자文字로 기록되어 거듭 말 되는 곳이 대학이라면 그곳을 드나드는 문門이 글文로 이루어진 말의 문文門이면 어떠한가.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기를 중동고등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 구체球體의 한 조각으로 만든 문과 잎지는 큰키나무의 격자숲으로 이루어진 문이 만드는 공간과 상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동고등학교의 진입공간과 동덕여대 제2캠퍼스의 문은 근본적으로 같은 공간 구조를 갖는다. 문 자체가 갖는 상징을 넘어서면 은행나무잎 가득 팔랑거리며 하늘을 덮고 있는 찬 허공과 아직 말 되지 않은 말이 떠다니는 빈 허공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수학, 태도Ⅰ, 아뜰리에나무, 2023, 75_76쪽.
|
|
|
실시설계 초벌그림 _06 | 교문, 2009. 02. 12.
|
|
|
그 문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카카오지도 거리 보기 | 공학 반대 ! , 2025. 06.
위치 |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231번지
면적 | 6,858 m2
발주처 | 동덕여자대학교
건축 설계 |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 기간 | 2008. 08. _2009. 08.
|
|
|
서소문역사공원 벽문壁門
'경관의 구조는 공간 구조와 서로 얽혀 있다. 공간에서 발견되는 경관은 보이는 것만도 아니고 감각 만으로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말 되지 않은 모든 것이 경관이지만 모든 공간에서 경관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러한 경관은 공간의 물리적 조건에서 시작하지만, 그 한계 안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조건과 무관하게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공간이 지각과 관계를 맺듯이 경관은 감각과 관계를 맺는 까닭에 공간의 이면裏面으로 들어가는 순간 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 물리적 구상具象과 감각적 추상抽象의 충돌로부터 공간은 다변多變하고 경관은 공간을 넘어선 상상想像의 풍경un paysage imaginaire을 펼친다.
외부에서 볼 때 공원은 콘크리트 덩이거나 벽돌벽과 수목의 중첩에 의한 완강한 초록 덩어리다. 그러나 칠패로 쪽은 층층나무 무거운 격자 그늘 사이에 열식된 대왕참나무의 밝은 시각 틀을 따라가면 텅 빈 사각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서소문고가 쪽은 낮은 입구벽을 지나 이팝나무 열식된 풍경 너머 현양탑의 기단을 중심으로 하는 둥근 파노라마 경관 속에 놓인다. 전체 공원은 비워진 마당과 들어찬 숲이라는 단순한 공간 구조로 되어 있다. 비워진 것은 막아선 것에 의해 형태를 짓고 막아 선 것은 비워진 것에의해 경관을 드러낸다. 마당은 붉은 벽돌벽과 붉은 철판벽, 현양탑을 감싼 긴 회색 콘크리트벽을 잎지는 큰키나무 초록 수벽樹壁이 단단히 꿰매어 네 면의 빈 상자 같은 풍경을 만든다. 수벽의 그늘은 어둡고 깊어 경계를 지운다. 그 뒤로 두서없이 솟은 고층건물, 그 위로 방심한 하늘이 펼쳐지고 이 허허로운 하늘은 다시 텅 빈 마당에 맞닿으며 숲의 하부 그늘을 마주한다.'
이수학, 태도Ⅱ, 아뜰리에나무, 2023, 174_175쪽. |
|
|
초벌그림_31, 입구낮은벽과 현판, 2015. 09. 15.
|
|
|
초벌그림_40, 현양탑과 둥근입구낮은벽 · 둥근긴의자 그리고 벽문, 2015. 09. 23.
|
|
|
벽문 | 입구낮은벽 A, B 상세도_3 | 공통_1, 2016. 08.
|
|
|
벽문 | 입구낮은벽 A, B 상세도_3 | 공통_1, 2016. 08.
|
|
|
칠패로진입마당 벽문과 층층나무 격자 숲 아래 사각목재의자, 2019. 06. 17.
|
|
|
서소문 북쪽 진입부의 벽문 | 둥근낮은입구벽과 격자로 심긴 세 줄의 이팝나무. 2019 09. 26.
위치 | 서울시 중구 의주로2가 서소문공원
면적 | 21,363 m2
발주처 | 서울시 중구
건축 설계 | 인터커드건축사사무소 · 보이드건축 · 레스건축
설계 기간 | 2015. 01. _2016. 06.
시공 | 주) 경원조경건설 | 동부건설
감리 | 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
|
|
|
홍천 해밀숲수목원 류인조각정원 벽문壁門
'수목원의 중심은 나무다. 이 중심이 조각 정원에선 조각으로 옮아간다. 그 옮아가는 경계에 전이轉移가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공간이 있다. 풍경을 지우고 물리적 성질을 바꾸면서 길게 늘어트린 시간이 흐르는 공간, 사각으로 자른 돌을 쌓듯이 붙이고 중간에 두 개의 자연석이 박혀 있다. 자연석은 땅속을 뚫고 나오거나 잘려진 단면으로 드러난 땅의 속살이다. 마주한 두 개의 벽은 활처럼 휘어졌다 열리고, 길 역시 완만히 솟다가 내려간다. 이 작은 인공 협곡은 나무에서 돌로 넘어가는 물성의 변화와 한 방향으로만 열려 좁혀졌다 넓어지는 공간의 수축과 팽창을 통해 조각가가 만든 오롯한 세상으로 연결된다. 길의 끝에 펼쳐진 소점消點 없는 풍경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이수학, 태도Ⅱ, 아뜰리에나무, 2023, 174_311쪽.
|
|
|
실시설계 초벌그림_18, 2016. 05. 18.
|
|
|
거푸집을 떼어내고 드러난 진출 벽문, 2016. 11. 15.
________
위치 | 강원도 홍천 해밀숲수목원 내
면적 | 7,200 m2
발주처 · 시공 | 주식회사 주원
설계 기간 | 2016. 04. _2023. 06.
|
|
|
초벌그림 | 정면 입면, 2022. 11. 16.
|
|
|
초벌그림 | 동측면 입면, 2023. 01. 11.
|
|
|
북측_정면 문벽 평면도 · 입면도, 2023. 04.
|
|
|
출입문B 평면도 · 입단면도, 2023. 04.
|
|
|
________
위치 | 전라복도 임실군 임실읍 봉황로 108
면적 | 7,617 m2
발주처 | 임실군 건설과 도시재생팀
설계 기간 | 2022. 10. _2023. 06.
시공 | 이준조경건설
|
|
|
참담慘澹하지만 모든 문은 실패했다. 실패는 자책自責과 적의敵意라는 감정적 후유증을 남기고 후유증은 긴 혼잣말로 이어진다, 이렇게. 설계에서 흔히 진입 공간이라 얘기하지만 실제 진입 공간 | 입구에서 어딘가로 들어가려는 시선의 끌림과 마음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목적지로 가려면 거기를 지나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들어갈 뿐이다. 놀이공원의 화려하고 신나는 입구와 러브호텔의 검게 드리워진 장막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은 아닌 것처럼. 또 도시가 개개의 건물 마당을 도시로 포섭하여 공공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문과 담, 마당이라는 전이 공간이 사라진 자리에 만들어진 획일성과 익명 그리고 폐쇄적 내부 지향성이다. 그렇다고 담을 둘러 문과 마당을 다시 만든다고 보안카드를 드밀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이 만들어져야 한다면 혹은 그곳에 들어가기 위한 문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 솟을대문이나 평대문이 아니고 어떠한 문이어야 할 것인가쯤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문이 사라지고 난 이후의 문에 관해 고민한 것은 두 가지다. 계속 반복하고 있지만, 시간의 전이轉移와 마음의 전이다. 시간의 전이는 공간의 전이와 관계하고 있다. 물론 반대로 공간의 전이가 시간의 전이를 이끌기도 하지만 공간의 전이가 꼭 시간의 전이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시간의 전이는 어떻게 시간을 늘리느냐의 문제이고 이것을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이 두께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두께는 공간의 깊이와 비례한다. 과거의 예로 보면 일각문보다 사주문을 만드는 것 또는 연경당처럼 대문 안에 마당을 두고 다시 중문을 만드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랬다. 문을 두고 격자숲인 보스케를 두는 것. 그러니까 중동고등학교나 서소문역사공원 또는 보스케는 아니지만 임실창고의 한 줄의 양버들까지가 문이다. 지체된 현실로서 문을 과정 속에 놓아둘 때 비로소 천천히 시간의 전이가 일어난다. 이 시간의 전이가 필요한 것은 다음 이어지는 마음의 전이를 위해서다.
마음의 전이는 시간의 전이라는 최소의 조건 속에서 가능하다. 앞서 '공간이 문자와 어울려 문학적 상상력으로 경관을 펼쳐내던 감각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하였는데 문마다 달아놓은 현판이 가진 기능은 단순히 그 문에 그 이름이 아니라 그 문을 통해 나아가는 세계에 대한 암시와 기대 혹은 다짐 같은 것이었다. 단 두 글자, 한 낱말 속에 나아가야 할 세상에 관한 상상과 감흥을 내포한다. 지금 우리에게 그 세계는 사라졌다. 한 세기 채 안 되는 역사 속에 우린 완전히 다른 인지와 감각으로 세상을 마주한다. 그래서 그랬다. 마음의 전이를 위한 최소한의 발화發火 | 發花 | 發話를 시각적 환기를 통한 낯선 바라보기로 시작하면 어떠한가. 현판의 글꼴 디자인은 그러한 연유로 나왔다. 수려한 글꼴이나 완결된 디자인과 거리가 멀지만, 익숙하지 않은 다름과 명확한 지시 속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을 환기해 불이 붙고 꽃이 피거나 말문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동덕여자대학교의 글자로 만든 문文門이고 서소문역사공원과 임실창고의 현판懸板이다.
마지막에 그렇게 분탕질했던 임실군 건축과 도시재생팀의 팀장이 어디 면장으로 갔다는 풍문을 들었다. 혹시 모른다. 언제인가 군수가 바뀌고,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주무관이 팀장이나 과장이 되면 용골龍骨은 갖추어졌으니 스카이로켓향나무를 이식하고 처음 계획대로 양버들과 산벚나무를 심어 완성할 수 있을지도. 그도 아니 되면 마음에 양버들 가득 심어 바라볼밖에.
|
|
|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인문사회계 중앙광장 준공식
|
|
|
지난달 칠월 스무닷새에 고려대학교 인문사회계 중앙광장에서 그 중앙광장 준공식을 했다. 전해 들은 얘기로 120주년을 맞은 학교도 무척 좋아했다는 후문이지만, 개인적으로 준공식까지 하면서 이리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광장을 만드느라 함께 했던 분들께 고마움은 지난 뉴스레터에 했으니 접어두고 어떤 하나의 공간이 오롯이 자신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형상으로 자리 잡고 거기에 그러하리라 생각되는 행위가 일어날 때 설계하는 사람은 더할 나위 없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려나...
|
|
|
위치 | 서울시 성북고 안암로 145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
면적 | 8,400 m2
발주처 | 고려대학교 관리처 건축팀
기존 광장 준공 | 2002. 03. 05.
현황 | 지하 3층 구조물 위 인공지반에 조성
시설물 | 바닥분수, 화강석 마감 식재상자, 화강석 포장, 점토블럭 포장, 등의자, 잔디밭
설계 기간 | 2024. 08. 06. _2024. 12. 06.
함께 한 사무실 | 계획 설계 +01프로젝트, 실시 설계 +마스플랜
공사 기간 | 2025. 01. _2025. 07.
시공 | 주) 가온에스디씨
|
|
|
동네에 나무가 있었다 _10
35° 35' 243" N
127° 00' 18" E
|
|
|
김밥을 사면서 주인에게 물었다. 밖에 있는 나무가 무슨 나무냐고, '노각나무'라면서 '하동백', '여름 동백'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알려준다. 잎지는큰키나무, 줄기의 껍질이 모과나무처럼 조각조각 벗겨져서 얼룩무늬가 생긴다. 꽃은 6-7월에 새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한 개씩 피며 흰색이다. 여름에 피는 꽃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에 눈에 잘 띤다는데 남쪽에서 자라는 까닭에, 서울과 중부지방에서 보기 힘들다. 그 귀한 나무가 어찌 서울 성북동 화분에서 자랄까. 작년 그 이쁜 꽃을 보았지만 올 겨울을 나고 모두 죽어 가게 앞 한켠으로 밀려나 버렸다. 동네에 잠깐 여름 흰 꽃이 만발하다 영영 사라졌다. 강판권의 책에 따르면 노각鷺脚은 백로과의 해오라기를 뜻하고 나무에 새 이름 붙은 것은 해오라기의 다리와 나무의 줄기가 비슷하여 그리되었단다.
|
|
|
작년 봄 감밥 사러 가는 길에 따두었던 열매 꼬투리다. 꽃이 피기 전이었다. 2024. 05. 16.
__________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 다양성 _https://species.nibr.go.kr/index.do
강판권,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글항아리, 1판1쇄 2010, 1판6쇄 2015, 580_583 쪽.
|
|
|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17
2018. 03. 16.
|
|
|
'회원님은 자유형에서 물을 당길 때 팔이 굽어져 팔 길이의 반 밖에 물을 당기지 못해 힘이 듭니다. 팔을 펴고 물을 당겨야 합니다. 거기서 빠르고 힘껏 당기고 힘을 빼서 어깨를 돌려 앞으로 뻗습니다...' 네-.
|
|
|
[인디안식 기우제 祈雨祭]
아뜰리에나무에게 일을, 프로젝트를... s'il vous plaît.
|
|
|
아뜰리에나무 ateliernamoo.xyz@gmail.com
+82 2 766 4128-9
02880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43길 16, 4층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