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장을 다녀오다 _03 | 대전
· 연장 _01 | 티t자 혹은 아이i자
· 고양이와 초벌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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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다녀오다 _03 | 대전
옛 대전부청사大田府廳舍 복원과 보수 공사 설계를 위한 현장 조사를 다녀온다. 조경에서 하는 현장 조사는 기존 수목 조사가 대부분이다. 현장에서 나무를 마주하는 마음은 이래저래 불편하다. 까닭은 잘 자라 굳건한 나무도 대부분 신축되는 건물을 위해 베어내져야 하고 못 자란 나무는 그동안 사람들이 무슨 짓을 했는가 싶은 숭악을 대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은 열악한 상태에서도 목련이 좋다. 지금은 잎도 꽃도 없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득 메워 봄 한철 하얀 꽃등을 세워 삭막한 중앙로의 뒷골목을 환하게 밝혔을 풍경을 상상케 한다. 시인 신해욱은 '나는 어제와 조금씩 다르다'*라 노래했는데, 작년도 아니고 지난주도 아니고 그제도 아닌 어제, 이제도 아니고 완전히도 아니고 전혀도 아닌 조금씩.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씩 하루만큼만 움직여 어느 날 보면 꽤 멀리까지 간다. 목련을 좋아하지 않던 마음이 어느새 옮겨 갔나 보다. 수목 조사 끝내고 덧대고 개칠改漆한 건물 외관이야 볼 것도 없어 내부를 둘러본다. 건축사무소**에서 제안서를 낼 때 옥상정원을 제안했기 때문에 옥상 상황을 살필 요량이었다. 그렇게 계단을 오른다.
사진을 찍을 때 정확히 인식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그가 사진작가가 될 수 없는 치명적 이유 가운데 하나인데, 돌아와 찍힌 사진을 보면서 그제서야 왜 거기서 계속 셔터를 눌렀는지 알겠다. 벌려 돌린 계단이 만든 역동적 풍경, 영화 식으로 얘기하면 계단을 타고 오르면서 또는 내려가면서 보이는 아니 드러난다고 말해야 할 연속 장면une séquence. 직각으로 접힌 계단의 위 주름과 아래 주름이 이어져 시간을 늘리면서 완만히 돌아가는 벽체와 부딪혀 공간을 낳는다. 감추지 않고 드러나는 물성과 서로 비껴나지 않고 단호하게 만나는 사물로 이루어진 허공을 가득 메운 뭉근한 빛은 날선 모든 것을 감싸 원근을 지우고 중력을 지운다. 아침이거나 해거름이라면 비낀 빛으로 육감肉感의 음영이 무거웠을 것이다. 1936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는 이식移植된 모더니즘의 재이식된 혼종 모더니즘의 역사 앞에서 어설픈 조경하는 친구는 길을 잃는다. 그는 끝끝내 옥상을 찾지 못하고 청사 건너편 폐가가 된 건물과 가림막 사이에 오동나무가 춤을 춘다. 장壯하다.
출장 _2025. 12. 17. | 글 _2026. 01. 29.
* 신해욱, 생물성 중 '화이트', 문학과지성사, 초판 1쇄 2009, 17쇄 2025, 22-23쪽.
** 건축설계 | 아인그룹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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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 _01 ]
책상 위에 초벌그림을 그리기 위한 몇 개의 도구道具가 있다
설계의 추상을 구상으로 바꾸는 작업이 제도製圖다. 설계한다는 행위가 가진 다양한 층위의 활동을 생각한다면 제도는 즉물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구상으로 나아가는 시작이면서 동시에 설계 행위를 종결짓는 마지막 작업이다. 도면을 그리려면 몇 가지 연장이 필요며 이것을 제도 도구道具라 불러왔다. 이제는 이 모든 도구가 컴퓨터와 거기 들어있는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지만, 지금의 변화가 일어난 것은 채 삼십 년이 되지 않는다. 서양에서 제도용 도구가 발전된 지 몇백 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놀라울 일이나 기술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종이 위에 도구를 사용해 제도를 하던 마지막 세대로서 이전의 역사를 다 알지 못하면서도 굳이 이제는 쓰지 않는 연장 이야기를 시작하는 까닭은 기억 한 줌 남겨 인간과 도구를 다시 생각해 볼 요량이라는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그저 쓰던 물건 되짚어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함이 첫째고, 혹여 그가 모르는 어떤 것이 이런 기록 행위 속에 드러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두 번째 연유다. 설계 사무실에 넘쳐나던 그 많은 연장이 그렇게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지만, 가끔 들리는 이런저런 건축설계사무소 소장 자리 한켠에 있는 각도삼각자나 아이자를 보면 그의 나이를 가늠하게 된다. 여기 대부분의 글은 책 '태도Ⅰ, 2023'에 실렸던 것을 다시 가져온다. 책에 실리지 않았으나 그가 가진 연장 사진을 함께 싣는다. 잃어버리거나 동무에게 주어버린 것은 기억으로 반추한다. 물론 그는 여전히 그리고 이제는 최소한의 연장을 써서 제도 아닌 작도도 아닌 어중간한 설계를 위한 초벌그림을 그린다. 어딘가에서 마지막 소멸을 위한 지노귀굿이 치러지고 있다. 오늘은 죙일 김소희 할머니의 '입소리口音'*를 듣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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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t자 혹은 아이i자
티t자는 그 형상이 알파벳의 T자를 닮았다 하여 그리 이름 붙은 직선을 그리는 자다. 제도판의 왼쪽 수직면에서 자를 갖다 대 수평의 직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그릴 수 있게 만들어진 자다. 티자를 쓸 때는 왼손에 티자가 수직면과 떨어지지 않도록 오른쪽 그러니까 책상 안쪽으로 당겨주는 힘과 줄을 그을 때 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누르는 힘을 동시에 티자 위에 주어야 한다. 제도에서 왼손은 기계의 중추가 된다. 물론 왼손잡이에게 이 모든 것은 반대겠지만, 여지껏 왼손잡이를 위한 티자는 보지 못했다. 티자를 제도판 위에 정확히는 제도판에 고정해 놓은 것이 아이i자다. 제도판과 아이자가 한 몸을 이룬 것도 있고 아이자만 따로 구해 제도판에 달기도 한다.
1800 x 900mm 크기의 책상 위에 달린 길이 900mm짜리 아이자, 두 개의 플라스틱판을 붙이고 자의 양쪽 끝에 두 개씩 네 개의 바퀴에 꼰 철삿줄을 8자로 걸어 책상에 고정해 놓게 되어 있어 좌우가 놀지 않고 평행으로 움직인다. 밑판에 여섯 개의 구슬이 달려 있어 위아래로 움직임을 돕고 위판의 왼쪽에 아이자를 고정할 수 있는 돌림 단추가 있다. 아이자를 이용하면 곧은 직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설계하면서 쓰는 아이자는 단순히 직선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의 접점을 확인시켜주는 먼 지평선을 내포한 도구다. 계획지의 이쪽과 저쪽으로 그은 긴 직선 하나 중력의 무게를 드러낸 가로 선은 하늘의 끝이거나 땅의 표면 여기에 길을 내고, 나무를 심고, 데크를 깔고, 의자를 놓아 사람들을 부른다. 그도 아니면 지평선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풍경이 되어버리거나.**
2016. 12. 13. 쓰고 | 2019. 07. 24. 기워 | 2026. 01. 28. 덧대다.
* 김소희, 口音(입소리)/상주아리랑(메나리제), 컴팩트 디스크, 성음, 1991.
** 이수학, 태도Ⅰ, 아뜰리에나무, 2023,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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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초벌그림 ]
내가 지켜본다. | 그럼 난 잔다.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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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예비치 므이시낀과 제주 4·3평화공원활성화사업 현상설계 초벌그림, 2023.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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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따시야 바라시꼬바의 완강한 잠과 양양 지경 관광지조성 현상설계 초벌그림, 2021.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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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지경 관광지조성 현상설계 초벌그림, 2021.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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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안식 기우제 祈雨祭 ]
아뜰리에나무와 함께라면 뭔들 못하겠어. avec l'atelier namoo, tout est po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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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나무 ateliernamoo.xyz@gmail.com
+82 2 766 4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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