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로 술을 마시고 때때로 보고서를 읽는다_07 | 놀 쉬엉 걸으멍 그리고 ㅅ·멍
· 이일훈 선생 오 주기 책 '보다듣다묻다' 표지를 만들다
· 고양이와 초벌그림
· 인디안식 기우제
· 팔월 마지막 주 노동요 선곡표
· 오후 세 시, 그때 그는 다방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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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술을 마시고 때때로 보고서를 읽는다 _07 ]
'서귀포 법환 잠녀마을 가꾸기’ 최종 보고서1)를 꺼내 다시 읽는다. 이십 년 전에 만들어진 이 보고서가 특별히 잘 만들어졌거나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 까닭은 아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보고서라는 형식 특히 ‘마을 만들기’나 조금 더 넓은 광역 기본계획 보고서의 일반적인 틀은 거의 변화가 없고 이 보고서 또한 그 틀을 충실히 따른 여느 보고서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당시의 계획과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계획을 옹호하거나 보고서의 내용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닌 처지에 오래된, 사실 이십 년의 시간이 오래된 지난 일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유효 기간이 지나도 한참 된 보고서를 꺼내 든 까닭은 어떠한 방식이 되었든 변화의 시점에 놓였던 한 마을을 두고 했던 생각과 그 생각과 달리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놓쳤는지, 계획은 어떠한 한계 속에 있었는지, 그도 아니면 계획이란 그저 늘 계획일 뿐인지 되짚어보기 위함도 아니다. 대신 이일훈 선생이 했던 ‘제안이야말로 비평이다.’ 2)라는 말을 실천해 보려 한다.
설계 작업은 단계마다 보고서를 뱉어낸다. 기본계획 단계라면 최종 결과물이 되고 실시설계 단계라면 마무리 짓는 서류가 된다. 설계 중간에 나오는 보고서는 작업 과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문건이다. 보고서는 종류에 따라 일정한 형식과 갖춰야 할 내용이 있다. 때로 형식은 갖추었으나 내용이 비기도 하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있으나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틀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잘 된 보고서는 내용에 맞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진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보고를 받는 자가 익숙하지 않은 형식과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일 태도를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새로운 보고서를 받아 든다 해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발주처의 입장에서야 하나의 프로젝트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프로그램과 공간 설계, 실행과 참여를 통한 가치 창출, 예산의 확보까지 보고서 하나에 모두 담기길 원하겠지만, 발주처와 주민 또는 이해 당사자가 받은 보고서가 지시하는 대로 실천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대부분의 보고서에 빠져 있다. 계획의 실천은 몇 번의 주민 설명회로 가능하지 않고 수시로 바뀌는 담당 공무원이 몇 년간 지속되어야 할 프로젝트의 가치를 공유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고서 특히 ‘마을 만들기’와 같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보고서를 뛰어 넘어 아니면 그만큼이라도 구현되는 예는 몇몇 사례로 회자할 뿐이다.
보고서는 두 가지 형식이 내재한다. 하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작성 형식이다. 진행 형식은 계획과 설계하는 일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설계가 도면으로 정리된 결과물 중심이라면 보고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게 남겨져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 | 주민과 의견을 나누는 주민 설명회가 중요한 과정의 하나다. 보고서 작성이 언제부터 지금 같은 형식을 갖추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70년대 국토개발계획이 그 시작이 아니겠는가. 그때 이후로, 단계별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보고서의 구조와 작성 형식의 경직성은 계획가나 설계가의 의지와 취향이 아니라 전적으로 보고를 받는 자의 고정 관념이 투영되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 안에 내용은 크게 보면 조사와 분석, 사업 계획과 공간 계획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공간 계획은 사업 계획을 떠받치는 기반 시설 계획이고 사업 계획은 ‘마을 만들기’의 경우 주민이 해야 할 자발적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관한 계획이다. 그런데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수익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나 공공 프로젝트가 수익을 위한 관광과 상품 개발, 체험 프로그램, 마을의 브렌드화로 초점이 맞춰질 때 그것이 그들 삶의 질을 얼마나 보장할지 잘 모르겠다. 더욱이 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전망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사업의 불확실성은 대부분의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
법환마을은 한라산을 기준으로 정남쪽에 있으며, 동경 126°31’30”, 북위 33°12’40”에 위치한 최남단 해안촌이다. 면적 2.5km2의 동쪽 호근동 해안에서 서쪽 두머니물까지 해안가와 법환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 계획 영역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려지는 도상의 영역일 뿐 설계가 고려해야 하는 영역은 현무암이 넓게 펼쳐진 갯가와 잠녀의 바당밧을 포함 한다. 마을 위에서 포구 쪽으로 급하게 내려오는 경사가 동카름물과 서카름물을 지나 완만하게 바닷가 길과 만나고 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를 지나 어촌계식당에서부터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이 시작돼 마을 안쪽으로 가거나 해안가 쪽으로 뻗는다. 본향당과 잠녀탈의실 있는 데서 낮은 언덕을 이뤘다가 두머니물까지 평평하게 갯가와 길이 이어진다.
법환마을의 첫 번째 시간 층위는 1374년 고려 목호의 난을 기점으로 나눌 수 있다. 범섬에서 최후를 맞는 목호와 이들을 토벌했던 고려 군사의 기록이 마을 곳곳에 지명으로 남을 정도로 잊힌 상흔이 깊다.3) 그러니까 목호가 있던 탐라는 난 이전과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쳐 4·3까지 제주도는 늘 수탈의 대상이었던 시기가 시대를 가로지른다. 두 번째 시간 층위는 용천수가 솟는 일상의 생활 마당이었던 갯가가 상수도의 보급과 함께 점차 일상과 멀어진 시기가 아닐까 한다. 마을과 갯가에서 바당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생활 공간이었던 곳으로 동카름물과 서카름물은 유적으로 남겨졌고, 김치통과 멜통은 기억에만 존재한다. 경관적 범위라면 한라산을 배경으로 두고 범섬이 보이는 수평선까지다. 이것을 가름하면 한라산의 숭고한 경관과 포구가 있는 어촌 마을의 고즈넉한 경관이 중첩되고, 먼 너울 파도에 출렁이는 범섬의 바다 풍경과 해안가 검은 갯가 풍경이 겹친다. 여기에 마을 골목길을 따라가며 이어지는 연속 경관과 해안가를 따라 펼쳐 흐르는 갯가와 바다의 연속 경관이 있다.
계획은 그러했다. 법환마을이 특별히 아름답거나 유일한 풍경을 가진 곳은 아니지만, 제주의 오래된 어촌마을의 풍경을 간직한 그러한 이유로 아직 상업시설이 침투하지 않고 과거의 마을이 자연스럽게 현재까지 이어져 온 무심하고 평범한 그래서 외려 귀한 풍경을 가진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마을의 구조와 윤곽을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쓰임을 다한 생활 공간인 갯가를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려 오롯한 마을로 만든다. 여기 기존 시설에 더하거나 모자람 없는 디자인이 덧붙어 쓰임과 의미를 증폭한다.
그리고 바다정원을 만든다. 이것은 정확히 만드는 것은 아니고 찾아 이름한다. 정원의 기원이 밭이라면 바당밧도 마찬가지다. 넓은 영역으로 잠녀가 물질하는 바당밧에서 갯가, 그중에도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나는 제일 낮은 곳의 개와 갯담, 원과 원담이 있는 곳을 정원이라 이름한다. 여긴 용천수가 솟아 배추를 절이는 김치통이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갈고둥, 상조간대총알고둥, 갯강구, 거북손, 조무래기따개비, 톱니굴, 남방울타리고둥, 지중해담치, 개울타리고둥, 군부, 털군부, 타래고둥, 검은굴따개비, 진주배말, 흑색배말, 두드럭고둥, 보라성게, 청각, 줄새우아재비, 돌김, 불등풀가사리가 산다. 치어와 멸치가 멜통에 갇혀 헤엄친다. 살아있는 수족관이고 바다풀이 자라는 식물원이다. 여기에 낮은 부교와 난간, 좁은 콘크리트 계단과 현무암 돌계단, 데크를 최소한으로 설치해 일상에서 멀어져 버린 갯가는 다시 밭이면서 모두를 불러들이는 정원이 된다.
보고서가 만들어진 2006년 이후 바다정원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계획은 실행되지 않은 채 몇 년을 표류하다 사라진 듯하다. 대신 법환해녀체험센터와 자연스레 생겨난 원을 그대로 이용한 체험장이 아니라 바당길에 붙어 커다란 체험 수조가 들어섰고, 마을의 중심이었던 초등학교 자리에 주택 단지가, 포구 앞은 상가로, 본향당과 잠녀탈의실 뒤쪽으로 숙박시설이 들어선 법환마을은 기억 속 풍경과 거리가 멀다. 그것도 사람 사는 일이라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공간 계획은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지방 자치 단체의 의지나 사업비, 주민의 주도적 참여 여부는 사실 부차적인 것이다. 법환마을 앞 바다정원은 마을 단위나 서귀포시 차원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를 놓고 이야기되어야 하지 않있을까. 하나의 바다정원은 그것만 놓고 보았을 때 어떠한 개별성이나 특별함이 드러나지 않는 갯가의 흔히디흔한 풍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주도 전체 바닷가에서 개별 갯가가 가지는 고유성은 빌레왓, 머흘왓, 자갈밧, 모살밧에서 주상절리와 우도의 홍조 단괴 해빈, 광치기 해변의 해조류 바위,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용천수와 일상이 얽혔던 행태, 조류와 바람의 차이에서 오는 해안가 식생의 다름을 같이 놓았을 때 비로소 선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의 이름으로 엮일 때 비로소 거대한 한 다발의 연속 경관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한 각각의 바다정원은 검은 바위의 얕은 바닷물 속에서 바다 생물과 해조류의 경탄할 미시微視 경관을 품고 있다. 이 풍경은 밀물과 썰물에 의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역동적 경관으로 바뀐다.
바다정원은 그러니까 만드는 정원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장소이며 현재 모습 그대로 찾아가 바라보는 정원이다. 자연을 거스르지도, 건드리지도 않으면서 조심스레 접근해 몸과 마음을 써서 새롭게 바라보는 행위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허리 숙여 찬찬히 오래도록 들여다보며 조금씩 알아가는 정원이다. 이것은 일상이 빠져나가 자리에 호기심과 관조, 이해와 절제로 다시 삶의 영역이 되고 나아가 미적 영역으로 천천히 바꾸는 일이다. 이러한 태도로 접근하여 장소를 바라보는 일은 제주올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제주올레의 다음 단계는 완주의 꿈을 이루었으니 걷기를 멈추고 한라산의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다와 만나는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용천수에 손 씻고 멸치 촐리를 슬쩍 건드리는 놀멍하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놀멍 쉬멍 걸으멍 그리고 서멍.
_2026.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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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와 바다정원 개념 낙서, 2026. 0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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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배경에 둔 법환마을, 왼쪽 돌담이 본향당, 가운데 하얀 집이 잠녀탈의실, 뒤쪽으로 고근산 그리고 오른쪽 멀리 조그만 등대가 보이는 곳이 법환포구다. 근경의 왼쪽부터 갯가로 내려선 정성훈 · 이상무 · 이문숙, 200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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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위로 솟은 범섬과 갯가, 바당밧, 사진 장림종교수연구실, 2005.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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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 · 역사 마을 가꾸기 서귀포 추진 위원회, '서귀포 법환 잠녀마을 가꾸기' 최종 보고서, 2006. 08.
참여 연구진 | 마스터플랜 및 공간계획 _연세대학교 장림종 교수 연구실,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아뜰리에나무 | 프로그램 개발 _주)지역활성화센터 | 체험 프로그램 개발 _ 주)제주문화관광개발원.
2. 이일훈, 보다듣다묻다_이일훈 유고집 중 '건축비평3', 리북, 2026, 156쪽.
'언제나 행위 | 결과 뒤에 붙어 '원님 행차 뒤에 주라 불기' 하는 관행을 청산하고 비평이 앞에 설 수는 없을까. 있다, 말과 글로 추임새나 딴지와 훈수가 아니라 제안하는 것, 제안이야 말로 비평이다.'
3. 정용연, 목호의 난 : 1374 제주, 딸기책방, 2019.
김찬호, '삭제당한 역사 "목호의 난"··· 피비린내 나던 1374년 그날의 제주', 경향신문, 2019. 02. 24,
_https://www.khan.co.kr/article/201902241755001
* 글은 '제주 건축, 통권 95호, 2026. 9월 호' 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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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훈 선생 오 주기 ]
이일훈, 보다듣다묻다_이일훈 유고집, 리북,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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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선생, 투엘피에서 당신이 쓴 시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정성훈, 2019. 0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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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선생 오 주기를 맞아 박영대 선생과 양운기 수사가 유고집을 준비하며 표지 작업을 부탁했다. 선생은 생전에 첫째 딸의 돌리고 남은 청첩장을 잘라 공책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산문시를 적었다. 산문시의 원칙은 '직접 보고 들은 것만 쓴다' 였는데 가끔 술자리에서 꺼내 읽어주시곤 했다. 술자리에서 시를 낭독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오죽했으면 '음유 시인'이라는 직업이 생겨났을까. 발표를 거부당했던 산문시와 병상에서 수저가 담겨 나온 위생 봉투에 적어 둔 병상일지, 컴퓨터에 있던 오래전에 써놓은 시를 묶어낸 책이다. 책 제목은 출판사에서 선생 컴퓨터의 글이 담긴 폴더 이름에서 따왔단다. 처음 중앙일보에 실렸던 사진을 쓰려 했는데 사진작가를 찾을 수 없어 '상상어장' 책을 내면서 찍어두었던 신빛 작가의 사진을 가져다 썼다. 선생의 오 주기 추모와 출판기념회는 인천 민들레희망센터에서 지난 칠월 이 일에 있었다.
* 책 62쪽의 '건축이 아냐'는 2019년 1월 31에 있었던 '이일훈 건축 답사' 네 번째의 뒷풀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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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5. 18. _2026.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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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초벌그림 ]
바탕 도면 나온다 ··· 초벌 그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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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예비치 므이시낀과 나스따시야 바라시꼬바, 2020.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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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안식 기우제 祈雨祭 ]
나무야 나무야 아뜰리에의 나무야... ô arbre, ô arbre, l'arbre de l'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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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마지막 주 노동요 선곡표 ]
_the velvet underground, pale blue eyes
_lorde,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_post malone · swae lee · nicky jam & prince royce, sunflower (remix)
_elizeth cardoso, manha de canaval (eurydice)
_caetano veloso & lila downe, burn it blue
_에일리, i'm sorry
_김정민과 안진희, you and me
_the soundtrack kings, amapola (guiter version)
_steve conte, rain
_nick cave & the bad seeds, into my arms
_關淑怡관숙이, 忘記他망기타_그대를 잊다
_선우정아, 별사탕 | 서울 부암동 사는 '아빠폰연락불가'님의 신청곡
_sharon van etten, quiet eyes
_김지수, milonga with lover
_加藤 登紀子카토 토키코, le temp des cerises さくらんぼの実る頃 버찌가 익어갈 무렵
_pat metheny group, au lait
_para one & arthur simonini, la jeune fille en feu
_led zeppelin, immigrant song
_miles davis, florence sur les champs-élysées
_angela gheorghiu, norma, act1, scene4 : no. 4b aria 'casta diva'
_rumi · jinu · ejae · andrew choi & kpop demon hunters cast, free
_vince guaraldi trio, fly me to the moon
_sondia, 어른
23곡, 1시간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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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宮﨑 駿 감독의 영화 '붉은 돼지紅の豚 porco rosso'를 보면 석양 속을 고요하게 달리던 비행기가 선착장에 멈춰 서고 포코가 내려 담배에 불을 부치는 뒤로 'le temp des cerises'가 흐른다. 카토 토키코加藤 登紀子의 목소리를 빈 마담 지나가 호텔 바에서 노래한다. 숨죽여 노래를 듣는 해적들 사이를 지나쳐 포코가 바텐더에게 주문한다. 'comme d'habitude', 그리고 한차례 소동과 이어지는 노래. 처음 붉은 돼지를 본 것이 불어로 더빙된 것이었고 여기서 포코는 장 흐노jean reno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그래서 여전히 그는 적어도 붉은 돼지만큼은 불어 버전을 오리지널로 기억하는 착각 속에 있지만, '늘 먹던 걸로 또는 늘 마시던 걸로'가 의미하는 늘 똑같은 일상과 그가 잡아넣었던 해적과 적대적 평온, 홀로 살아남은 자의 고립과 고독을 노래 한 편에 실어 보여준다. 거기다 이제 다시는 '꼼 다비뜌드'를 말할 수 없는 상황과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암시까지 내포한다고 할 때 노래는 더 이상 노래가 아니라 시간의 과거를 위무하고 미래를 지배하는 예언이 되어 버린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시퀀스다.
이게 무슨 노동요인가. 이건 반노동요反勞動謠다. 그렇다 눈치챘는가. 자본에 종속된 모든 노동에 반대한다 · 반대한다 ·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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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세 시, 그때 그는 다방에 앉아 있었다 _01 ]
법환리 바당
스튜어디스언니들이음료수한잔주는시간동안의비행, 제주법환리바다입니다. 말미잘은안녕하신지요, 자리돔도안녕하시고요, 곧겨울이오리라는풍문이돌고있습니다. 명륜동의단풍이절정을향해자고나면노랗게노랗게물들고있습니다. 내내강건하시길. 술은줄이셨더군요. _2005. 11. 08. 다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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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뜰리에나무는 2003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거기서 열두 해를 보내다 2015년 성북동 지금의 자리로 옮겨 앉았다. '다방_느티나무'는 당시 아뜰리에나무 누리집 게시판의 이름이었다. 뒤에 '동백다방'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터넷 환경은 급변했고 이제 각각의 누리집에 있는 게시판을 찾아 손걸음 하는 이는 없다. 많지 않던 게시글이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고 반추다. 이런 걸 나누는 것이 썩 좋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도, ··· 이런 주절거리는군. 시간 때문이다. 그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돈다. 그러니 시간은 의미 없고 따라서 이천오년 시월 삼십 일의 얘기는 오늘 얘기다. 이별 또한 마찬가지다. 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의 착각이다. 너는 늘 여기 함께 있다, 때론 책갈피의 낯선 단어로 계획지 위 무심한 빗긴 선으로 처마 밑 갑자기 듣는 빗방울이나 새벽 하늘 홀로 붉은 별로 . 이런 억지를 부리며 혼자 논다. 다만 이제 강건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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