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장 _ 광장의 내연 | 여의도 광장에서 평택역 광장까지
원주 간현관광지 통합건축물 _케이블카 정류장 조경 시공 현장
뽀엥소 거리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동네에 나무가 있다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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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장 _광장의 내연內緣
오후 세 시, 여의도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가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은 무정차로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칠 호선 보라매역에서 신림선으로 갈아타고 샛강역에서 내려 국회 앞 가로로 가기로 한다. 여의도와 신림동을 오가는 두 량짜리 지하철, 줄이 길어 두 대를 보내고 세 번째 오는 차를 겨우 타고 샛강역에서 내린다. 잿빛 도시, 무채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 방향을 향해 걷는다. 횃불 하나와 색색 격문을 손에 들고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간다.
국회대로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 국회의사당이 멀리 보이는 여의도 공원의 마당 초입에 자리를 잡는다. 가로도, 지하 차도도, 공원의 마당과 녹지의 경계도 사라지고 목소리만이 선명하다. 선창에 뒤이어 짧게 세 번의 구호를 외치며 파동을 만든다. 광장의 외침은 간결하고 단호하다. 손에 든 횃불은 종이컵으로 감싼 촛불에서 꺼지지 않는 엘이디 응원봉으로 바뀌었지만, 손끝에서 심장으로 연결되어 환하고 뜨겁다. 파동이 빛이 닿는 곳까지 여의도汝矣島는 섬이 아니라 광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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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
위,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이호 작가 | 아래, 오마이뉴스 뉴스사진, 권우성, 2024.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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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초입에서 국회의사당 쪽으로 한 ^걸음, 2024.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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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광장 및 국회 압 가로 계획 _1990
1990년 대학 졸업 설계 대상지對象地를 여의도 광장으로 잡았다. 5·16 광장에서 여의도 광장으로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민주화를 위한 지난한 노력과 사회의 변화에 걸맞은 광장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었지만, 고작 삼 년 설계 배운 학부 졸업생의 설계가 무에 볼 것이 있을까. 그래도 지금 봐도 기특한 생각 두 개, 하나는 여의도 광장은 공원이 아니라 광장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광장과 국회를 너른 보행가로로 연결하여 그 가로와 광장에 민의의 깃발을 매달자. 가로가 끝나는 광장 가운데 솟아 둥근 국회와 대조하는 둥근 분화구를 놓자. 거기 등신等身의 조각이 있어 집회와 시위가 일어날 때 조각도 같이 들고 일어나자. 그래서 국회 '앞' 가로가 아니라 국회 '압' 가로로 뿔을 세웠다. 이제 광장은 공원이 되어 나무와 왼갖 시설물이 우거지고, 가로는 지하차도와 자동차, 중앙 녹지대가 점유해 버렸지만 여의도 공원과 국회대로가 그 모든 무능과 반란에도 맞서 이렇게 다시 광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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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에 붙은 모형을 사진 찍어 만든 축소 패널,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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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압 가로 및 여의도 광장 계획안, 1995년 다시 그리고 2024년 항공 사진 위에 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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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광장은 물리적 실체로 시작되지 않았다. 1919년 고종의 인산일因山日에 맞춰 모여든 흰옷의 백성은 삼 월 일일 처음으로 광장을 열어 젖혔다. 1947년 제주 4·3 사건, 1960년 4·19 혁명, 1965년 6·3 한일 협정 반대 시위, 1978년 부마 민주 항쟁,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 6·10 민주 항쟁, 2002년 월드컵, 2008년 촛불 시위,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 촛불 집회 그리고 오늘 윤석열 퇴진 응원봉 집회까지 광장은 사건의 실체로 존재한다. 그곳이 시청 앞이거나 도청 앞 또는 역 앞이거나 대학의 교문 앞이든, 공장 굴뚝 위거나 철탑 위 아니면 세종로거나 금남로로 불렸어도 국민의 명령과 시민의 목소리, 계급의 호소呼訴가 담길 때 그곳이 어느 곳이든 광장이 된다. 정확히는 광장이 되어왔다.
2002년 월드컵 붉은 응원 이후 지금까지 역병疫病처럼 만들어진 모든 물리적 광장은 실패하였다. 이유는 간명簡明하다. 그 광장들은 집회와 시위를 담지 않았다. 그들, 공무원과 공간 기술자들은 광장의 축제만을 염두念頭에 두었지, 전선戰線이 형성되는 광장을 원하지 않았다. 광장이라는 물리적 실체로서 공간과 사건의 실체로서 행위가 일어나는 광장에서 쓰임으로서 마음用과 그릇으로서 몸體이 분리되어 있으니, 그곳을 우리가 광장이라 정의할 수는 없다.
사건의 실체로서 광장은 일상성日常性과 사건성事件性 그리고 이 둘이 전환하는 가변성可變性을 내재한다. 매일의 광장이란 그저 비어 있는 잉여의 공간으로 허허虛虛롭다. 언젠가 얘기했듯이 이 허허로움이 도시의 여백이고 시민의 자부심이다. 이것이 광장의 일상성이다. 그러나 이 허허로움은 만들기도 어렵고 지켜내기는 더 힘들다. 공무원은 민원과 편의를 등에 업고 광장을 메우려 들고, 설계가는 여백의 공포를 견디지 못해 광장도 아니고 공원도 아닌 공간을 계획한다. 어쩌면 그들이 정작 감추고 싶은 것은 광장공포증廣場恐怖症 agoraphobia일 것이다.
광장에 내포한 사건성은 수만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일이지만 여기에 상반되는 두 가지 사건이 함께 한다. 축제와 집회다. 제의祭儀가 사라진 시대에 축제는 제의를 대신하며 잠시 일상의 시간을 멈추고 놀이와 환희, 기억과 환상으로 우리를 돌려세운다. 삶의 근육이 잠시 이완되었다 풀려나간다. 그것이 아무리 상업적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집회는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시민의 유일한 행동이자 무기다. 모여 함께 하는 연대와 억압과 불의에 저항하는 한 목소리의 외침이 집회다. 민주주의의 쉬운 퇴행과 더딘 전진에 좌절하지 않는 것이 집회다. 간혹 이제는 자주 반공화국 부대가 집회를 열지만 임계점 내에서 그것조차 민주주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때로 집회는 만 갈래 목소리가 함께 하지만 광장이 인민이 그러하다.
광장의 가변성은 비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언제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사건을 어떻게든 담아낼 수 있는 광장이란 비어 있음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설계하는 처지에서 잘 비워내기란 쉽지 않다. 광장의 어디까지 일상을 위해 채우고 사건이 일어날 때 일상은 어디까지 물러서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통제할 수 있는 축제와 예견할 수 없는 집회의 폭발력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은 광장이 가진 가변성에 따른다.
이러한 사건을 담기 위해 광장은 물리적으로 공극성空隙性과 수평성水平性 그리고 확장성擴張性을 갖춰야 한다. 공극성은 정확히 공극률孔隙率이라 해야겠다. 그것은 광장이 속한 도시나 사회 집단의 물리적 크기에 비례한다. 한 도시 또는 어떤 한 단일 집단이나 공간이 가져야 하는 공극의 크기와 비율이 정확히 계산된 적은 없지만 최소의 발화점 이상의 비어 있음이 광장의 물리적 규모의 시작이다. 그래서 공극, 광장의 크기는 물리적 축척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양태와 정치적 지형과 연관된다.
수평성은 광장에 모인 인민의 목소리가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일로 그 모든 목소리가 평등하다는 의지의 현현이다. 그래서 집회와 시위를 위한 광장은 평평해야 한다. 평평한 바닥으로 모인 인파人波는 일렁이다 넘쳐 천천히 흐른다. 광장은 그렇게 모이고 넘쳐흘러야 하고 그러기 위해 수평성을 가져야 한다. 수평성을 얘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확장성은 광장의 규모를 넘어 집회의 인파가 넘쳐흐를 때 광장과 맞닿은 가로까지 광장으로 변하여 넓어지는 일이다. 집회의 규모에 따른 목소리의 크기에 비례하는 공간의 신축성과 가로에서 광장으로 변화하는 유연성은 설계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광장에 모인 목소리에 형태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광장의 물리적 속성이다. 그렇다면 설계는 도시와 광장을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물리적 해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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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입단면, 2032. 03. 08.
평택역 광장 현상 설계안이 이러한 준거에 어느 만큼 따랐는지 자아비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광장의 내연에 관한 준거는 그동안 여의도 광장과 국회 압 가로에서 시청 앞 광장, 세종문화회관 뒷 광장, 부산 중앙광장, 포항 호미곶, 인도 구자라트 스마트시 광장, 서귀포 문화광장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광장을 설계하며 그리고 6·10 민주 항쟁에서 오늘의 여의도 국회대로 탄핵 집회까지 뫔으로 광장을 겪으면서 조금씩 갖춰진 생각이다. 앞으로 광장은 또다시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우리가 최인훈의 '광장'을 뛰어넘었듯이 말이다. 자신에게 하는 얘기지만, 제대로 된 광장 하나 만들어내지 못한 조경가를 무에 쓸까 싶어 자조自照한다. 그리고 젊은 그들에게 제대로 된 광장을 만들어주지 못해 벌어지는 이 반복적 퇴행이 참을 수없이 부끄럽고 한없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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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경기도 평택시 평택동 55-7번지 일원
면적 | 15,947.5m2 광장 _11,997.5m2
차없는거리 _3,950.0m2
공사비 | 480억원
현상설계 작업 | 2023. 01. 10. - 2023. 03. 13.
함께한 건축가 | 윤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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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간현관광지 통합건축물 _케이블카 정류장 조경 시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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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와 상관 없이 도면과 무관하게 프리스타일 시공이 한창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그나마 '삼각뿔'이 사라지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가. '정녕 태-평성대란 말이냐.'
_2024.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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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엥소 거리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1996 | 1998 _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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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나무가 있다 _08
팥배나무 Sorbus alnifol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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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5' 36" N
126° 59' 11"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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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과 성북초등학교가 있는 삼거리, 우리밀국시 맞은편 끊어졌던 한양도성 성곽이 다시 시작하는 길을 따라 오른다. 성곽이 다시 한번 끊어진 자리부터 성곽 밖으로 말바위까지 길이 이어진다. 말바위로 넘어가기 위해 수직의 계단을 타고 오르면 성북동을 벗어나 멀리 수락산과 아차산, 잠실까지 서울의 서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양도성 순성길의 일부인 이 길에 참나무류 형제와 소나무, 오리나무, 아카시가 숲을 이루지만 이 계절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나무는 팥배나무다. 팥처럼 생긴 열매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또는 흰 눈 속에 붉디붉다. 장미과에 속하는 팥배나무는 봄에 다섯 장 꽃잎을 가진 흰 꽃을 피운다. 지난 달 큰 눈 내린 뒤 산책길에 떨어진 팥배나무 열매를 주워 와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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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11
_ 2017.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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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영蝶泳 _나비처럼 헤엄치기
웨이브wave _물을 타는 것. 팔젓기의 순간 시간에 맞춰 이어지는 연속 동작, 머리를 넣을 것. 오늘 선생이 얘기한 것은 팔을 뒤로 보내라. 그리고 최대한 수면을 타다 팔을 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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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나무 ateliernamoo.xyz@gmail.com
+82 2 766 4128-9
02880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43길 16,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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