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집을 묶다 | 태도 III _소거消去 | 서소문역사공원 설계 도집設計圖集
·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인문사회계 중앙광장 시공 현장 _03
·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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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집圖集1)을 묶다
태도 III _소거消去 | 서소문역사공원 설계 도집設計圖集 전자책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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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작업은 분야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나뉜다. 때로 기본설계의 전 단계로 계획설계 | 기본계획이 있다. 계획설계가 하려는 일이나 대상지를 어떻게 할 것이지 방향을 잡는 것이라면 기본설계는 앞선 계획설계의 방향을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안으로 그리는 일이다. 조경에서 기본설계는 하나의 평면으로 정리된다. 여기에 공간 규모와 동선 체계, 놓이는 시설물의 위치, 감싸는 나무와 덮인 풀의 전체적인 관계가 정해지면서 하나의 평면 안에 식재 계획과 시설물 계획, 포장 계획이 중첩되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윤곽만을 가진다. 실시설계는 이 윤곽의 실체를 잡아 형태와 치수, 재료와 이름으로 구체화具體化한다. 실시설계는 만들어지는 과정의 작업 분야共種에 따라 갈라 도면을 그린다. 하나의 계획안으로 그려진 평면을 공종에 따른 여러 겹의 평면으로 나누고 그 안에 있는 사물 낱낱의 모양과 자세를 잡아 어떠한 방식으로 만들 것인지 크기와 물성, 재료를 지시指示한다. 이것이 도면으로 끝나지 않고 사용될 재료의 양과 만드는데 들어가는 품에 값을 매겨 공사비를 낸다算出. 마지막으로 도면에 모두 표기할 수 없는 시공할 때 방법과 순서, 주의를 모아 놓은 시방示方을 꾸린다. 이렇게 꾸려진 설계 도집, 예산서豫算書, 시방서示方書가 최종 설계 도서圖書다.
지금은 '서소문역사공원'과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이라 불리지만 사업 | 프로젝트의 초기 이천십삼년 '서소문 밖 역사 유적지 기념사업_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 사업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계획설계가 이뤄지고 계획의 타당성과 방향, 다루어야 할 문제, 공모 방식과 지침을 정해 이천십사년 현상설계가 있었다. 구월 당선안이 정해지고 그해 말부터 다음 해 칠월까지 기본설계를 하면서 내부 자문단과 정례 회의부터 여러 단계의 심의를 거쳐 추기경 보고까지 하며 이천십육년 구월 실시설계를 끝냈다. 그리고 그해 십일월 공사를 시작해 이천십구년 유월에 준공되었다. 설계하는 사람은 설계가 이루어지는 내부 사항은 잘 알아도 설계 작업 이전과 이후, 바깥 상황은 미뤄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설계하는 사람이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이천십일년 천주교 서울교구가 서울 중구청에 서소문 성지 조성을 먼저 제안하여 함께 짓고, 지금 공원을 제외한 박물관 운영까지 추진 주체였다는 사실은 사업이 가진 성격을 말해준다. 공원 조성 사업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계획설계와 현상설계 과정에서 조경은 자발적으로 배제되었으며 더욱이 이전까지 어떤 역할과 책임도 지지 않던 구청 공원녹지과가 마지막에 공사에서 공원 관리까지 자신의 몫으로 돌려세워 분탕질했고 여전히 하고 있다.
거칠게 전체 과정을 훑은 것은 서소문역사공원의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언젠가 얘기했듯이 공원은 이해 상충과 의견 대립이 일어나는 자리다. 설계하는 동안 서소문공원의 천주교 단독 성지화를 반대하는 천도교의 이의 제기가 있었고 몇 차례 공원 심의를 거치면서 건축이 계획한 주요 구조물이 사라졌다. 어떤 이는 서소문공원에 거주하던 노숙자는 어찌하였냐고 따지기도 했다. 거슬러 가면 계획설계에서 조경의 배제와 설계 방향을 공원이 아니라 광장만을 얘기한 것이 현상설계의 길라잡이가 되어 조경 일반의 생각과 차이가 있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단계마다 벌어지는 차이差異는 결국 설계와 시공施工 사이에 매울 수 없는 간극間隙을 만들었다. 조경 내부의 서소문역사공원에 관한 경멸 어린 침묵 2)은 이 차이의 또 다른 양태다.
그려진 것과 만들어진 것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소문역사공원뿐 아니라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설계와 시공의 차이는 간극의 거리만 다를 뿐 어떻게든 나타난다. 그것은 땅과 도상이 일대일로 치환되지 않아 생기는 조경 설계가 가진 내재적이고 근본적인 한계다. 도면이 생각 | 개념과 사물 | 공간의 차이를 줄이려는 일이라면 시공은 설계 | 도면과 사물 | 땅의 차이를 줄이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설계란 개념이라는 추상이 설계 행위로 만들어진 도면과 시공이라는 물리적 구체화를 통해 공간과 사물 그리고 경관이라는 실체를 드러내고 만드는 일이다. 여기서 단계마다 벌어지는 근본적인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작동하지 않을 때 혹은 안팎에서 다양한 압박, 강제, 훼방, 방기放棄, 문제 제기 따위가 영향을 미칠 때 차이는 두드러진다. 다시 말해 설계와 다른 공간과 경관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려진 것과 만들어진 것 사이에서 이미 벌어진 차이에 관해 설계하는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도면은 텍스트가 아니다. 도면은 전문 분야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프로그램이나 '제도기를 써서 기하학적으로 나타낸 그림' 3)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물의 규격과 재료, 방법과 과정, 관계와 결과를 그리고 땅의 기준과 좌표, 위치와 위상位相이 표기表記된다. 그래서 도면은 명백한 지시를 담아 그린 자와 만드는 자가 의사소통할 수 있게 둘 사이를 이어주는 연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시의 성실한 이행과 도구道具를 잘 사용하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몫이지 도구의 몫은 아니다. 물론 잘못 만들어진 도구라면 지시 | 설계와 이행 | 시공에서 차이가 생기지만,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여러 경로의 확인이 지시와 이행 사이에서 오고 가고 도구는 고쳐 그려진다.
그래서 도면은 해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표기와 꼼꼼한 독해讀解를 전제前提로 하고 독해는 시공이라는 행위를 전제한다. 그런데 전제된 행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표기만 남은 도면이란 무엇인가. 만약 도면이라는 연장이 도구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기호로써 기호와 기호가 얽혀 짜인 직물織物이라면 어떠한가. 그린다는 행위로 놓고 볼 때 도면은 덧대고 덧칠한 유화는 아니다. 한 번의 붓질로 먹의 농담이 번지는 수묵화도 아니지만, 낱낱의 도면은 날실과 씨실이 되고 이것으로 짜인 도집을 한 장의 타피스리la tapisserie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조경하다'라는 땅 위에서 벌어지는 행위를 양피지羊皮紙 le parchemin에 새기는 일에 비유하는 것과 상대를 이룬다. 색색의 실이 텍스트는 아니지만 그 실로 짜인 타피스리의 문양과 그림은 하나의 텍스트인 것처럼.
이렇게도 볼 수도 있다. 문장은 서로 다른 뜻을 가진 낱말과 낱말이 만나 이루어지고 이 문장과 문장이 이어져 문단을 이룬다. 이렇게 엮인 한 다발의 문단은 하나의 이야기 즉 텍스트가 된다. 그렇다면 한 장의 도면을 하나의 낱말이나 문장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모인 도면과 도면이 구조물을 세우고 시설물을 놓으면서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 공간에 나무와 풀이 심어져 경관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이것을 지시하는 도집을 하나의 텍스트로 또한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리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도면과 도면이 이어져 만들어낸 상상의 공간과 경관은 하나의 텍스트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 텍스트를 어떻게 읽는가는 저마다의 몫이지만.
도집 '태도 III _소거'의 구성은 사전 공사와 공사를 위한 도면으로 크게 나뉜다. 사전 공사 도면은 수목과 시설물 현황 조사, 철거 계획도다. 공사를 위한 도면은 종합 계획도와 공사 계획도가 앞에 나오고 뒤로 공정별 세부 계획인 식재 계획도, 구조물 계획도, 수경 설비 계획도, 시설물 계획도, 포장 계획도, 우배수 계획도, 인공지반 계획도로 나뉜 설시설계 도집의 구성을 따랐다. 일반적인 조경 설계 도면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특별히 구조물 계획도를 따로 둔 것은 시설물의 범주에 넣기 어려운 덩치가 큰 것이 있어 그리되었다. 수경 설비 계획도는 수경 시설 전문 회사인 레인보우스케이프에서 설계한 도면을 전체 도면 형식에 맞게 수정하여 실은 것이다. 도집의 순서가 도면이 그려진 순서로 오해하면 안 된다. 종합 계획도와 공사 계획도는 제일 먼저 그려지지만 세부 설계가 이뤄지고 나서 다시 수정되어 제일 마지막에 완성된다. 그것이 그리 설계되고 디자인된 과정으로 초벌그림을 연관된 도면 앞에 함께 실었다. 그리고 뒤에 '태도 Ⅱ'를 읽지 않은 분을 위해 거기 실었던 서소문역사공원에 관해 썼던 글을 재수록한다.
_2025. 03. 23.
도집 '태도 III _소거'의 간략한 차례
· 차례
· 자세한 차례
· 도집을 묶다
· 조경 사전 부대 공사 계획도
· 종합 계획도
· 공사 계획도
· 식재 계획도
· 구조물 계획도
· 수경 설비 계획도
· 시설물 계획도
· 포장 계획도
· 우배수 계획도 | 인공지반 계획도
· 서울역을 경유하는 단둥행丹東行 17시 45분 기차의 기적 소리가 서소문공원 한켠에 스며든 노숙자의 소주잔에 머물다 가는 시간이 소주의 알콜 도수에 미치는 영향을 감각할 수 있는 기관은 눈썹인가 손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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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집圖集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도면집圖面集이라는 말도 없다. 적잖이 당혹스럽다.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느낌이다. 대신 그림을 모은 책을 화집畫集, 화첩畫帖이라 한다. 그러나 도면을 모은 것을 화첩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2. 스타니스와프 렘stanisⱦaw lem, 솔라리스, 최성은 옮김, 민음사, 2022, 381쪽.
3. 국립국어대사전 _https://stdict.korean.go.kr
명사 '토목, 건축, 기계 따위의 구조나 설계 또는 토지, 임야 따위를 제도기를 써서 기하학적으로 나타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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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계획 평면도_4 · 6, 046_04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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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 계획도_1 | 교목, 054_05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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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별 식재 계획도_3 · 5, 062_06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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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수로와 벽천 상세도_1 · 2, 086_08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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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낮은벽 A, B 상세도_3 · 4, 116_1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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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 마감 상세도_2 · 3, 126_12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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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의자 상세도_1 · 2, 164_16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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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패턴 상세도_1 · 2, 204_20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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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되기 위한 새김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228_22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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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투자하라 말할 수 없지만...
텀블벅에서 '태도 III _소거消去 | 서소문역사공원 설계 도집設計圖集 전자책e-book'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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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에서 2025. 04. 01. - 2025. 04. 30. 30일 동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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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인문사회계 중앙광장 대수선 시공 현장 _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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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 긴의자 콘크리트 갈아내기, 2025. 03.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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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상자붙은너른의자 거푸집 작업, 2025. 03.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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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상자붙은너른의자 거푸집, 2025. 03.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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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상자붙은너른의자 콘크리트 타설, 2025. 03.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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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긴데크 경사면 거푸집 작업, 2025. 03.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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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긴데크 경사면 거푸집과 둥바리 기초, 2025. 03.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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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긴데크에 120주년 엠블럼과 유엔디피 스텐레스스틸 글자 거푸집에 붙이는 작업 , 2025. 0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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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서울시 성북고 안암로 145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
면적 | 8,400 m2
발주처 | 고려대학교 관리처 건축팀
기존 광장 준공 | 2002. 03. 05.
현황 | 지하 3층 구조물 위 인공지반에 조성
시설물 | 바닥분수, 화강석 마감 식재상자, 화강석 포장, 점토블럭 포장, 등의자, 잔디밭
설계 기간 | 2024. 08. 06. _2024. 12. 06.
함께 한 사무실 | 계획 설계 +01프로젝트, 실시 설계 +마스플랜
공사 기간 | 2025. 01. _2025. 04. 예정
시공 | 주) 가온에스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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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14
_2017. 11.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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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완전히 물속에 집어넣고 자세를 잡은 다음 벽을 차면서 쭉 뻗는다. 파면이다. 파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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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나무 ateliernamoo.xyz@gmail.com
+82 2 766 4128-9
02880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43길 16,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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