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월 이십이일 중앙광장에서 있었던 행사를 기점으로 공정률 70% 정도 진행됐다. 시공 중에 드러난 몇 가지 문제와 놓친 것, 아쉬운 것이 있지만, 긴의자, 식재상자붙은너른의자, 너른긴데크가 완성됐고 기부자 명패가 붙었다. 대왕참나무는 자리를 잡아 조금씩 잎이 나기 시작한다. 남은 공사는 잔디밭 중간의 포장을 걷어내고 다시 만드는 일과 바닥 분수 주변에 콘크리트둥근대를 만들고 기존 블록으로 포장하는 일이다. 깐느 영화제의 황금 종려상 수상 소감은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ironique 사무실은 끝 모를 심연深淵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지금까지 설계 작업 중에 그려진 것과 만들어진 것의 차이가 가장 적은 시공이 이뤄지고 있다. 혹시 모른다 너른긴데크가 부레일지. 믿고 맡겨준 관리 처장 교수와 애쓰고 있는 조경 담당 선생과 시공사 대표 그리고 현장의 팀장과 실장, 목수와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미리 감사드린다. 공사는 앞으로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더 해야 끝날 듯하다.
에드가 뀌네 대로boulevard edgar quinet에 장이 선다. 에드가 뀌네 거리는 길 양쪽에 보도와 차도가 있고 가운데 버즘나무 너른 보행가로로 되어 있다. 이 중앙가로에 일주일에 두 번 장이 선다. 전날 가로 바닥에 있는 구멍에 알루미늄 가구로 된 천막을 세워 놓으면 다음 날 새벽부터 상인들이 몰려야 짐을 부린다. 여섯 시쯤 짐 부리기가 끝나 아침을 먹고 나면 장사를 시작한다. 오전이 가기 전에 파장을 하고 청소차가 와서 부리나케 정리를 하면 언제 장이 섰냐는듯 흔적 없다. 어릴 적 오일장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 짧은 잔치가 늘 즐거웠다. 다른 유럽 도시에 살아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빠리가 왜 매력적이냐고 물으면 세느도 노틀담도 루브르도 뽕네프도 아니다. 사람들은 꽤 쌀쌀맞지만, 이런 생활의 운율이 여전히 남아 생기를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