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자연계 하나스퀘어 _01
· 동네에 나무가 있었다 _12
· 구월 마지막 주 노동요 선곡표
· 팔월 마지막 주 반노동요 선곡표의 노래가 나온 영화 또는 드라마
· 오후 세 시, 그때 그는 다방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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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술을마시고때때로작업을읽는다 _08 ]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자연계 하나스퀘어 _01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에 '하나스퀘어'라 불리는 공간이 있다. 지하의 건물 이름이면서 동시에 지상의 광장과 녹지 공간을 일컫는데, 2006년에 지어졌으니, 햇수로 스무 해를 넘긴다. 이곳의 지상부 조경은 디자인엘의 박준서 소장이 설계와 감리를 했다. 아직 나무가 제 모습을 갖추기 전의 준공 직후 사진을 보면 동서로 길게 늘어선 건물이 만드는 긴 직육면체의 공간에 교문에서 진리로를 따라 사선으로 들어오던 길이 작은 광장을 만나 거기서 지하 썬큰까지 한달음의 계단이 이어지고 이 계단을 타고 계천階泉이 흐른다. 썬큰을 감싼 녹지에서 과학도서관 앞의 포장된 광장과 잔디광장이 공간을 비우고 다시 사각의 식재상자를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길이 산학관과 이어진다. 산학관과 지하 입구인 유리집 사이 고저 차를 이용한 벽천이 계단식 데크와 함께 내려오고 산학관 앞쪽으로 솔숲이 있어 기존 건물과 지하가 입체적으로 연결된다. 하나스퀘어가 들어서기 전 캠퍼스는 녹지와 주차장, 차와 사람이 뒤섞인 혼돈이 지하 주차장이 마련되고 정연하게 보행 동선과 차량 동선을 구분해 비로소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으며, 주위의 분산된 건물을 광장과 녹지가 변주되면서 하나의 어휘로 엮여 캠퍼스의 중심 공간이 되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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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스퀘어 공간에 관한 낙서, 2026. 09. 14.
하나스퀘어의 공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진리로에서 들어오는 입구 작은 마당과 썬큰이 있는 녹지가 첫 번째 공간이고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한 비어 있는 광장이 두 번째 공간이며 마지막으로 솔숲과 벽천, 지하 유리집을 감싼 녹지다. 여기에 두 개의 길이 동서로 가로지르며 공간을 잇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스퀘어는 주변을 둘러싼 여섯 개의 건물군과 상보적相補的 관계에 놓여 있으며, 하나스퀘어 자체도 녹지와 광장의 형태로 공간이 차고 비면서 서로 상보하며 구성된다. 더 들어가면 광장 안에서 또한 잔디밭인 녹지와 포장 면인 광장이, 잔디밭인 녹지와 의자가 딸린 식재상자가, 녹지와 썬큰이 그러한 관계 속에 있다. 이것은 공간의 구성뿐 아니라 경관의 측면에서 운율과 변주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기능적인 쓰임까지 담는다. 지하 건물 때문에 토심을 확보하기 위해 식재상자를 만들어 녹지를 들어 올린 까닭에 녹지와 광장의 기능적 상보 관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마련된 녹지는 캠퍼스 전체 공간을 놓고 볼 때 시설물을 포함한 건물과 녹지의 상보적 관계에서 애기능의 녹지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스퀘어의 공간 구조는 단순하여 단단하고 디자인은 예리하며 치열하다. 이십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낯선 이 디자인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돌은 무거운 물성을 감춘 채 예각銳角으로 다듬어져 예민하게 드러나거나 얇게 켜져 적층의 단면으로 벽을 만들어 지운 물성을 다시 드러낸다. 이와 상반되게 들어 올린 잔디밭의 경곗돌은 석종을 달리하며 이어져 앉거나 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길을 따라 길게 놓인 화단벽은 높낮이를 달리하며 또한 앉을 수 있도록 넓고 육중하며 그러한 무게감으로, 동서로 난 길을 입체적으로 강조한다. 광장의 포장은 색을 달리하며 그 존재를 각인시키는데, 솔숲 아래 벽천의 옅은 황토색 돌과 광장 바닥의 초록과 검정, 주조를 이루는 회색 돌이 배경을 이루면서 공간과 장소에 따라 바뀐다. 조경에서 쓰는 재료가 다른 분야와 달리 지극히 제한적인 것에 비춰보면 이런 과감한 재료의 사용은 실험적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실험은 시설물 디자인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반 위에 식재상자로 확보된 녹지에 심긴 나무는 동서로 길게 줄 맞춰 심겨 있다. 느티나무 두 줄, 단풍나무 두 줄, 스트로브잣나무 두 줄, 산수유 두 줄, 메타세콰이아 떨어져 두 줄, 벚나무 떨어져서 두 줄, 스트로브잣나무 두 줄, 대왕참나무 두 줄, 다시 느티나무 두 줄. 박준서는 이 식재 방식을 '동종이열同種二列’ 기법이라 이름하며 수학적 질서로 숲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는데,2) 이것을 라쉬스의 연장된 대조la contraste retardé3)라는 개념으로 보면 자연을 마주한 인간이 스스로 만든 자연이 자연이면서 동시에 자연이 아닌 인간의 미적 영역 안에 놓아두고자 하는 조경의 오래된 질문이고 그것에 대한 형태적 대답의 하나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나무들의 안부나 생사와 상관없이 이러한 개념적 작업과 만들어진 결과는 한국에서 하나스퀘어 이전에 찾아볼 수 없다.
조경은 부분에서 시작하나 전체까지 나아가야 비로소 부분이 보이고 전체에서 시작하나 부분에 이르러서 완결된다. 대상지의 영역이란 측면에서 많은 설계 일은 대체로 전체의 한 부분에서 시작하지만, 부분을 마주한 조경가는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으로 부분을 해석하고 규정한 뒤에야 부분을 설계할 수 있고 그것이 마땅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비단非但 조경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이 그러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중 · 장기 조경계획 보고서'4)를 보면 먼저 작업 되었던 하나스퀘어의 설계가 그 공간만의 이해가 아니라 캠퍼스 전체를 이해하고 작업 되었으며 그것이 결국 하나스퀘어의 설계에 그치지 않고 전체에 관한 중 · 장기 계획으로 수렴되고 다시 일부 공간의 설계로 정치精緻해진다. 이 계획에서 '부분을 전체에 수렴하게 하는 또는 전체에서 부분으로 이어지게' 5) 하는 것은 캠퍼스 전체를 하나의 질서 속에 종속되는 위계를 갖춘 단일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리로와 고대 민족의 거리라는 두 개의 동선 사이에 동서로 광장과 정원이 반복하고 중첩하여 변주되는 운율 속에 또한 건물과 외부 공간이 조화와 상보의 관계를 맺도록 계획했다. 지속적으로 건물이 들어서고 공간이 변하는 대학 캠퍼스의 일반적 상황을 시간의 축에 놓고 보았을 때 이것은 가장 적절한 해법이 아니겠는가. 광장과 정원 또는 마당과 녹지의 공간적 병치竝置와 경관적 중첩重疊, 하나의 전체로 이 둘의 포치布置는 '공간의 가름은 필연성보다는 개연성蓋然性에 기대어 갈라지고 내적 인위人爲에 따른다' 6)는 말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하나스퀘어에서 보여준 박준서의 실험적이고 치열한 작업의 조용한 성취와 달리 한국 조경의 거듭되는 퇴행과 상업주의에 빠진 자각 없는 설계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마주하고 이 작업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따로 있다. 현재의 하나스퀘어는 두 줄의 계천은 더 이상 흐르지 않으며 한쪽의 계천은 녹지로 바뀌었고 반대편 벽천은 플라스틱 데크로 덮였다. 식재상자 속 느티나무는 제초제로 인해 빈사 직전이고 거기 붙어 있던 의자는 떼여 없어졌다. 스트로브잣나무는 공간을 압도하는 폭목暴木이 되어 그 아래 산수유의 흔적을 지웠다. 벚나무는 자라다 말고 조로早老하였으며 철쭉과 영산홍은 비대해져 앉음벽을 넘어섰다. 메타세쿼이아는 생장을 멈췄고 썬큰의 대나무는 몇 번의 보식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광장의 돌이 떨어진 자리는 검은 아스콘이나 색이 다른 화강석으로 대체되었다. 다양한 앉음을 실험했던 돌의자는 하나스퀘어의 외형적 형태를 지켜내고 있지만, 의도와 다르게 드물게 이용될 뿐이다. 그러나 시간을 버티지 못한 시설물과 턱없이 부족한 토심 속에 인내와 감내로 생장한 나무를 보면서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설계를 탓하거나 설계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부실한 관리로 책임을 넘겨버릴, 간단하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하나스퀘어는 다른 그 어떤 곳보다 설계된 대로 잘 시공되었고, 그 어느 공간보다 활발히 이용되며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의 관리가 이뤄지는 곳이다. 그래서 설계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그곳이 처음 설계와 다른 곳이 되었다고 둘러댈 수 없다. 변수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상황에서 우리는 물어보아야 한다. 조경은 어떻게 시간을 관통할 것인가. 조경의 공간과 경관은 어떻게 시간의 변화 속에 여전히 처음의 개념과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 아니면 처음의 개념과 형태가 만든 경관이 고스란히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경가의 생각이야말로 관념적 허구가 아닌가. 그렇다면 시간에 따른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정원이고 광장이며 공원이라면, 그 모든 변수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여전히 정원고 광장이며 공원일 수 있는 설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건물조차 아니 건물이어서 옷 갈아입듯 외피를 바꾸는데 하물며 정원이나 공원은 필요할 때 꽃과 풀, 나무와 의자를 갈아치워 끝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시대를 반영한 조경의 현대적 모습이라 주장해야 하나. 여기서 시간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어디에 있는가. 조경 또한 시대의 산물이라면 그것이 더 지금 시대를 반영한 것 아닌가. 정말 그러한가. 자연을 고스란히 모방해 놓은 반짝 가게pop-up store 한켠의 정원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조경이 아닌가. 그럼, 대학 캠퍼스의 조경을 팝업 스토어의 테라스 정원과 같은 것으로 보란 말인가. 늘 그러하듯 질문에 관한 답은 각자 하기로 하자. 스스로 자신의 조경에 관한 태도와 작업으로 대답하기로 한다.
조경에서 시간의 문제는 설계를 통해서 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말은 할 수 있겠다. 조경에서 설계는 지금의 엔지니어링이나 건축이 설계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조경 설계는 크게 두 개의 단계로 나뉘어야 한다. 하나는 기본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라 불리는 준공을 위한 설계가 한 단계고 준공 이후 설계가 있어야 한다. 이 설계를 무엇이라 이름할지 아직 모르겠으나 ‘설계 이후 설계’ 또는 ‘사후事後 설계’는 변경 설계나 유지 관리가 아니다. 만들어진 곳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에 따라 처음 설계의 개념을 어떻게 유지하거나 바꾸어 나갈지 섬세하게 조정하는 설계다. 나무의 성장과 초화류의 천이, 시설물의 쇠락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사는 일이다. 자라는 나무에 자신의 호흡을 맞추고 누웠다 일어서는 풀의 외침을 들으며 썩어가는 목재의 최후를 배웅하는 일이다. 그래서 조경가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한 작업을 끝까지 지켜보고 책임지며 그러한 사회적 체계를 갖도록 또한 분투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조경가가 죽고 난 이후 그곳은 어찌 되는가. 그때 비로소 그곳은 조경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천이하고 스스로 경관을 만들어가는 자연이 되지 않겠는가. 그때가 오면 정원은 공원은 자신의 의지대로 숲이 되고 들판을 이루리라.
건축물로서 하나스퀘어의 유일한 미덕은 지하로 몸을 숨긴 것이고 여러 이유로 충분히 숨지 못한 까닭에 지상의 미래를 단축하였으나, 지상부 조경이 이룬 성취는 같은 시기에 지어진 이화여자대학교 이씨씨ewha campus complex의 경관landscape을 빙자한 폭력적 허공과 어쩔 수 없이 비교된다. 예전 이화여자대학교 대운동장의 변화무쌍한 허공과 그 허공을 감싸안았던 아름드리 버즘나무가 만든 경관 속에 펼쳐졌던 이화인들의 역동성을 기억한다면 모든 것을 지워버린 그 매끈하고 공허한 허공은 서글프다.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BnF부터 이어져 온 도미니끄 뻬로dominique perrault의 경관에 관한 몰이해와 자연에 대한 서양 제국주의 시선은 이화여자대학교 이씨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7) 박준서는 사석에서 '하나스퀘어를 설계하면서 시공 가능한 디자인을 하려 노력했다' 말했지만, 그의 전체에 관한 해석과 세부 디자인의 정치가 이룬 오롯한 경관과 조경 행위는 당시 조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이고 까닭에 그의 작업은 한국 조경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그리하여 세대교체를 알리는 시대적 징후였다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도 기존 체제un système를 벗어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viva la revolutión.
_2026.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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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관 옥상에서 바라본 하나스퀘어, 디자인엘 누리집, 20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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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뒤 지금의 하나스퀘어, 아산이학관과 생명과학관 서관 앞은 데크 공사 중이다, 2026.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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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자인엘 누리집, _http://www.lafent.com/smt_designl/project/list.html?mc=02&page=2
글_박준서, 에디터 · 사진_백정희, '고려대 자연계 캠퍼스와 하나스퀘어', 환경과조경, 통권 225, 2007년 1월호. 60_71쪽.
_https://www.lak.co.kr/ecatalog/ecatalog5.php?Dir=125&catimage=
2. 박준서 · 오형석 · 남기준, '다섯 발의 소리 없는 총성 _엔씨소프트 알앤디R&D 센터를 이야기하다', 환경과 조경, 통권 323, 2015년 3월호, 41쪽.
'오 : ··· 열 맞춰 식재된 공간이 관리도 더 잘되고 이용자들이 쓰레기도 덜 버린다. 그런 관점에서 공개공지의 벚나무를 줄 맞춰 심은 것과 은행나무 열식은 적절한 제스처로 보였다.
박 : 그런 식재 패턴은 고려대학교 자연대 캠퍼스에서 처음 시도했었다. '동종이열' 기법이라고 이름도 지었다. 자연대 캠퍼스가 자연과학을 탐구하는 곳이니, 식재도 자연스러운 숲보다 수학적 질서 같은 것이 느껴지면 어떨가 싶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교목을 종류별로 이열로 줄 맞춰 심었는데, 이후 종종 활용하고 있다.'
3. 베르나흐 라쉬스bernard lassus, 'pour une poétique du paysage조경의 시학을 위해', maîtres et protecteurs de la nature자연의 지배자와 수호자, 기획 알랑 호제alain roger · 프랑스와 귀에히françois guéry, champ vallon, seyssel, 1991, 241쪽.
“L'arbre taillé n'est plus un des éléments fondamentaux de l'articulation entre château et forêt sauvage, tenant de l'un, non sa matière, mais sa forme géométrique, et, de l'autre, sa nature végétale, mais sa forme libre. Une solution de transition, que j'ai applelée contraste retardé, peut donner un jeu formel peur-être, parfois, in peu ironoque... 물질적 특성이 아니라 그것의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하나를 선택하고, 또 다른 것의 형태적 자유스러움이 아니라 자연의 식물성을 선택함으로 해서, 정전된 나무는 더 이상 성과 원시림 사이에 분절의 근본적인 요소들 중의 하나는 아니다. 이와 같은 전이를 통한 해결은 형태 유희를 가져오며, 나는 그것을 연장된 대조라 부르는데, 아마, 때때로 반어적이다"
4. 박준서, 고려대학교 자연계캠퍼스 중 · 장기 조경계획 보고서, 조경설계사무소 디자인엘, 2006. 07.
5. 이수학, 태도 Ⅱ, 아뜰리에나무, 2023, 182쪽.
6. 같은 책, 171쪽.
'조경에서 공간의 가름은 관계와 내용의 영향을 받는다. 관계는 장소에 따른 외부와 물리적 맥락의 문제이며 내부는 공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과因果의 문제다. 내용은 공간 전체가 품고 있는 경관적 서술은 물론 그 쓰임을 포함한다. 이러한 공간의 가름은 필연성必然性보다는 개연성蓋然性에 기대어 갈라지고 내적 인위人爲에 따른다. 그것은 하나의 공간이 담고 있는 쓰임과 그것이 품고 있는 경관이 다른 공간을 부르거나 나누어 조화調和와 상보相補의 관계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7. 조경의 관점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황규백의 동판화에서 개념을 끌고 왔다는 화려한 수사와 달리 세느강의 풍부한 허공을 앙상한 지적 허공으로 바꾸었을뿐만 아니라 신성한 정원이란 요설妖說로 자연을 철저히 대상화해 한낱 거대한 팔루다리움un paludarium을 만들었다. 이런 태도를 가진 건축하는 사람을 불러 땅과 장소를 맡긴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이씨씨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한극 건축가들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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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에 나무가 있었다 _12 ]
서울 혜화동로타리 양버즘나무 Platanus occidentalis 1)
37° 35' 19" N
127° 00' 16" E
'조록나무목 버즘나무과에 속하는 관속식물管束植物이다. 길가에 가로수로 드물게 심어 기르는 낙엽큰키나무로 높이 30m쯤 자란다.' 2) 혜화동 로터리에 버즘나무가 있고 있었다. 창경궁에서 삼선교로 이어지는 길을 중심으로 로터리 북서쪽에 모두 여섯 주의 버즘나무가 있었고 지금은 세 주만 남아 있다. 두 주는 몇 해 전에 베여 없어졌고 한 주는 최근에 베어나갔다. 로터리에서 혜화초등학교 가는 길의 버즘나무는 그 몇 해 전 아홉 그루 정도 남겨두고 모두 베어졌고 삼선교 사거리에서 성북동 올라가는 성북동천 길의 버즘나무도 반 정도 솎아 베어져 풍경이 달라졌다. 서울에서 버즘나무 학살虐殺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한 이십여 년쯤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거의 모든 버즘나무 가로수가 베어 사라졌고 마지막 한 그루가 없어질 때까지 베어나갈 요량인 듯하다.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대학로의 버즘나무는 어디서 보고 왔는지 베고 자르는데 빠리의 어느 거리를 걷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한국의 아름드리 가로수와 거의 모든 나무의 강전정을 넘어선 도살屠殺이 이 거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름을 보면 한국은 나무껍질樹皮의 특징으로 북한|조선은 열매에서 중국은 잎을 보고 그리 지었는데3) 버즘나무는 그렇게 수피도 열매도 잎도 모두 독특하다. 버즘나무 숲에 들어서면 껍질이 종잇장처럼 떨어져 나간 흰 몸통이 만드는 낯선 풍경은 자작나무 숲을 마주할 때와 전혀 다른 땅속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흰 기둥이 열주처럼 도열한 것이 범접할 수 없는 사원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성냥불 그어지듯 확 번진다. 그러나 버즘나무의 놀라움은 홀로 있을 때 더 장하다. 버즘나무는 어디에 있든 한 그루가 한 숲을 만든다. 아마 그것은 빠르게 자라기도 하지만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워낙 크게 자라서 그리할 것이다. 습습한 날이면 버즘나무에서 특유의 냄새를 뿜어낸다. 그러니까 한 그루의 나무가 만드는 숲은 그늘 드리워지는 곳까지가 아니라 버즘나무 향이 머무는 곳까지가 한 숲이다. 이런 버즘나무가 도시에서 가로수로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수직의 도시와 인간 사이 축척의 간극을 매개하는 오브제로서 역할이며 다른 한 편으로 가장 강력한 자연의 현현顯現으로 그 어떤 나무보다 당당하게 도시에 맞서고 있는 까닭이다. 최소 사백 살까지 살면서 사십 미터가 넘게 자라는 나무라면4) 몸통도 잎도 그에 맞게 커야할 것이다. 커봐야 고작 이 미터를 조금 넘는 인간이 살아야 기껏 백 살을 겨우 넘기는 인간이 그 나무를 통제하겠다고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자르고 또 자른다. 하여 서울의 가로를 걷는 것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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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 로터리 사진 위에 무참無慘히 베어진 세 그루의 버즘나무를 기억하다, 2026.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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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우철, 한국 식물명의 유래, 일조각, 2005. 271쪽.
'[이명] 풀라탄나스, 푸라타나스, 버짐나무, 플라타너스, 플라타누스, 방울나무. [유래] 수피의 큰 조각이 떨어진 부분이 암회색 또는 회백색을 띠므로 피부에 버즘이 생긴 것같이 보인다. 법국오동'
2.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_https://species.nibr.go.kr/
3. 강판권,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1판1쇄 2010, 1판6쇄 2015, 549_551쪽.
'한국 사람에게 버즘나무는 낯설지만 플라타너스는 익숙하다. 플라타너스는 학명에 등장하는 이름이고, 버즘나무는 우리 나라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방울나무라 부른다. 학명 플라타너스Platanus는 그리스어로 '잎이 넓다'는 뜻으로, 잎을 강조했다. 실제로 버즘나무의 잎은 상당히 넓다. 중국에서 이 나무를 '법국오동法國梧桐'이라 부르는데 역시 잎을 강조했다. ··· 리나이우스가 붙인 학명에 버즘나무의 원산지를 동양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대개는 그 원산지가 발칸반도에서 히말라야 지역에 이른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일본, 이란 등 세계 곳곳에 심는 나무다. 그중 우라나라에서 볼 수 있는 버즘나무는 대부분 양버즘나무Platanus occidentalis이다. ··· 원산지는 미국이다. 단풍버즘나무Platanus acerifolia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단풍처럼 잎이 붉게 물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세 나무 중 잎 가운데 열편裂片이 길고 열매가 2-6개 정도 달리면 버즘나무Platanus orientalis, 가운데 열편의 길이와 폭이 비슷하고 열매가 주로 2개씩 달려면 단풍버즘나무, 가운데 열편이 길이보다 폭이 더 넓으면 양버즘나무다.'
4. 글 에마뉘엘 케시르-르프티emmanuelle kecir-lepetit, 그림 레아 모프티léa maupetit, 나무의 자리, 옮김 권지현, 지노, 2023, 42_43쪽.
'높이 최대 25-40m, 수명 최소 400년.
인공 나무, 플라타너스Platanus acerifolia(단풍버즘나무)는 400년 전에 만들어진 교배종이에요. 이 나무의 조상 격인 버즘나무는 4,000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해요. 전설에 따르면 트로이의 목마를 버즘나무로 만들었다고 해요. ··· 긴 잎자루에 달린 잎은 크기가 크고 단풍나무 잎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단풍나무 잎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케리폴리아가 붙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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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월 마지막 주 노동요 선곡표 ]
_alain delon · françoise hardy, modern style
_클래지콰이, romeo n juliet
_stan gatz · joão gilberto, the girl from ipanema
_al di meola, oblivion
_the beatles, something
_아마도이자람밴드, 크레이지 배가본드
_juliette binoche · alexandre tharaud · renaud capuçon, vienne
_the alan parsons project, eye in the sky
_billie holiday, i'm a fool to want you
_björk, i miss you
_soledad bravo, hasta siempre
_yves montand, les feuilles mortes
_Владимир Высоцкий, Кони привередливые
_나희경,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14곡, 1시간 2분
неторопливый перейдите, мои кони! | 니따라쁠리브이 삐리이지쩨, 마이 꼬니!
서두르지 말아다오. 나의 말들아!
Хоть немного, | 호찌 니므노가.
비록 조금이라도
но продлите путь к последнему приюту! | 노 쁘라들리쩨 뿌찌 끄빠슬레드니무 뿌리유뚜!
최후의 안식에 이르는 길을 늘려다오!
_https://blog.naver.com/wonsnow/22028636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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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마지막 주 반노동요 선곡표의 노래가 나온 영화 또는 드라마 ]
가수 또는 연주, 곡명 | 원작 · 각본 · 감독 또는 연출, 제목
_ the velvet underground, pale blue eyes | 장윤현, 접속
_ lorde,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 수잔 콜린스suzanne collins · 프랜시스 로런스francis lawrence, 헝거 게임 : 캣칭 파이어 the hunger games : catching fire
_ post malone · swae lee · nicky jam & prince royce, sunflower (remix) | 스탠 리stan lee · 스티브 딧코steve ditko · 밥 퍼시케티Robert Persichetti Jr. · 피터 램지peter a. ramsey · 로드니 로스먼rodney rothman,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spider man : into the spider-verse
_ elizeth cardoso, manha de canaval (eurydice) | 마르셀 카뮈marcel camus, 흑인 올훼 orfeu negro
_ caetano veloso & lila downe, burn it blue | 줄리 테이머julie taymor, 프리다 frida
_ 에일리, i'm sorry | 홍정은 · 홍미란 · 박준화 · 장양호, 환혼
_ 김정민과 안진희, you and me | 이숙연 · 김철규, 공항 가는 길
_ the soundtrack kings, amapola (guiter version) | 드레이크 도리머스drake doremus · 백종열, 뷰티 인사이드
_ steve conte, rain | 야타테 하지메矢立 肇 ·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 信一郎,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カウボーイビバップ, 5화 타락 천사들의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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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sondia, 어른 | 박혜영 · 김원석, 나의 아저씨
23곡, 1시간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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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선곡표에 노래가 나온 영화나 드라마가 무엇인지 적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저 노래 한 곡, 흘려듣다 잊히는 선율과 목소리 그러나 하던 일 멈추고 그 소리 따라 흘러가면 자주 길을 잃는다.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millenium :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에 나오는 immigrant song은 레드 제플린의 노래가 아니라 how to destroy angels가 다시 부른 곡이다. 이 노래는 또 영화 '토르 | 라그라나로크'의 전투 장면을 도드라지게 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노르딕 느와르nordic nóir 또는 폴라 느와르polar nóir라고 하는 북유럽 추리소설의 강렬함은 차가운 얼음과 눈이 사회의 균열과 인간의 뜨거운 욕망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데서 오지 않나 싶다. 그것도 깊은 침묵 속에서 뒤틀리고 응고된 붉은 피와 함께 드러나곤 한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로 만든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오프닝 시퀀스는 이런 폴라 느와르의 특징을 빼어나게 시각화한다. 푸른빛이 도는 그래서 차가운 얼음이거나 금속성의 물성이 피처럼 끈적이며 끝없이 형태를 바꾼다. 질주하는 운율과 쇳소리의 노래는 영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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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세 시, 그때 그는 다방에 앉아 있었다 _02 ]
대마를허許하라
한순간이었다. 가을이왔다. 늦더위가올지모른다는풍설이돌지만돌이킬수없는어떤지점에왔다. 그는휴가동안영화만본모양이다. 이제좀지겹다싶게얘기하더니오늘은아예'친절한그녀'*의오리지날사운드트랙을들고와서아침부터틀고있다. 아마죙일들어야할게다. 바로크, 예전의바로크가구가아직도있나모르겠다. 너의설계는아르누보와모더니즘초기의어디쯤분명한것은조선시대의디자인은아니다. 그러면백제가아니라면고려에가깝지않겠는가. 나는고구려의변주인발해로해다오. 그러나바램과실제는차이가있겠지. 계속비다. 갑자기아랑드롱아저씨가보고싶어진다. 딱어울리는날씨다. 알콜에대한면역체계가무너진그와무너져가고있는나사이에서맥주한깡통마시고찌그러진깡통처럼웅크리고잤다. 빗소리그치지않고노랑계획지가온몸을휘어감으며미이라처럼노랗게굳어졌다. "거기에 시간은 무시로 흘러가며 인간의 삶도 덧없다." 설계설명서마지막에써넣은문구가맘에걸리는지전화가왔다. "마지막은 좀 밝고 희망적으로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_2005. 08. 25. 다방에서
* 여기서 '친절한그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다. 김부선의 입장을 지지하며...
'왜 이렇게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 '
'친절해 보일까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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