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숲 설계 3제 _세 번째 | 인천 선학초등학교
뽀엥소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동네에 나무가 있다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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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숲 설계 3제 _세 번째 | 인천 선학초등학교
^ 설계가 시작되다 | 설계를 시작하다
인천 선학초등학교는 남동공단의 북쪽 끝과 선학 하키경기장 사이에 있다. 1992년 개교해 삼십 년이 넘었고 그쯤의 학교가 가진 전형적인 공간 구조로 네모반듯한 대지에 기역 자로 교사가 놓여 있다. 학교 동쪽 사 차선 도로에 나 있는 교문을 들어서면 운동장과 정구장을 만나고 오른쪽으로 꺾어 짧은 경사로에 올라서면 바로 교사다. 교사 뒤쪽에 주차장이 있으며 운동장과 완충녹지 넘어 팔 차선 비류대로가 지나고 학교의 서측으로 어린이공원이 붙어 있다. 학교는 새로운 듯 낡았고 공간이랄 것도 없는 공간의 뒤틀린 시간이 낯설었다.
워크숍 이후 첫 설계 회의를 마치고 선생님들은 긴 목록의 의견과 제안, 질문을 보내왔다. 내용의 전반은 새로운 학교숲이라는 공간보다는 현재 있는 녹지를 정리하는 것으로 학교숲을 갈음하는 생각이 담겨 있었다. 거기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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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가 있다
학교 밖 완충녹지의 메타세콰이아가 만드는 수벽에 의한 착시를 거둬들이면, 학교는 교사 앞 좁은 화단, 운동장과 교사 사이 사면의 녹지 그리고 운동장과 완충녹지 사이에 한 줄 또는 두 줄로 심어진 나무가 전부이고 그나마 녹지의 나무는 언제 그랬는지 모르지만 강전정強剪定을 해서 제대로 된 수형의 나무가 드물고 거기다 고사한 나무가 많았다. 누군가 삼십 년의 시간을 잘라내 버렸다. 화단에 유독 조경석이라 일반적으로 불리는 돌이 수도 없이 많고, 외장 대수선 공사를 하며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녹지와 외장 마감의 벌어진 틈은 들고양이의 거처였다. 또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기후 관찰기와 암석 표본이 삭아 내린 채 화단에 방치되어 있었다. 교문과 교사 사이에 쇠 파이프 터널은 또 무엇인지.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급식 자재 차량이 비 오는 날은 좁은 교사 앞 현관을 통과해야 해서 아이들의 일상 동선과 겹치고, 운동장의 흙은 놀이터 쪽으로, 지속적으로 쓸려 야자 매트를 깔아 막아 놓은 상태였다. 학교숲 사업을 통해 선생님들이 얻고자 하는 소박한 절박함은 사업의 원래 취지에 선행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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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쪽에서 운동장과 놀이터 쪽을 바라보다. 왼쪽이 정구장, 오른쪽 교사가 강당과 식당이다 _2023.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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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장 끝에서 운동장 너머 교사를 바라보다 _2023.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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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자재 반입 문 앞에서 바라 본 놀이터, 운동장, 산책로를 쓰이는 야자 매트와 흙막이로 쓰이는 야자 매트 _2023.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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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는 문제 해결 너머로 간다
교사 외장과 녹지의 벌어진 틈은 벽돌을 쌓아 메운다. 화단의 조경석은 우선 서른 개 정도만 그리고 식재 상자, 화단 울타리, 풍향계, 기후 관찰기, 스피커 기둥, 야자 매트는 철거한다. 고사목은 제거하고 기존 수목은 다시 전정해 수형을 다듬고 울타리 쪽의 일부 측백나무는 간벌한다. 흙이 드러난 녹지는 지피초화류로 보식하고 배롱나무 한 주를 다시 심기로 한다. 제거와 철거, 어쩌면 사람이 사는 곳은 버리는 것이 일의 전부인 듯한 생각이 든다. 결국 버린 만큼 다시 채우게 되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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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그림 _01, 1/200.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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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그림 _02, 1/150,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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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그림 _02 부분 확대, 1/150,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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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에서 식당 주방까지 3미터 폭의 콘크리트 포장으로 길을 내 급식 차량의 동선을 확보하고 이 길이 운동장을 잡아 흙이 쓸리는 것을 막는다. 길과 운동장 사이에 배수로를 새로 두어 운동장의 물을 받는다. 길은 ㄷ자로 운동장을 따라 외각으로 깔린 이전의 야자 매트 산책로를 대신하고 숫자 없는 눈금을 그어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놀이길이 된다. 설계 말미에 마당해서 하는 놀이 그림이 있으면 하는 의견을 받아 눈금은 일부만 남고 놀이 그림이 그려졌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거의 100m 길이의 눈금 매긴 자가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불러일으키는 놀이를 보고 싶었는데. 어린이와 관련된 공간에서 제일 많이 부딪치는 것 중의 하나는 상상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다. 사실 그것은 배려라기보다 지시에 가깝다. 지워지지 않는 놀이판이라니. 고누나 사방치기, 오징어 놀이가 숨긴 놀이의 마법은 직접 그린 놀이판이 놀이가 끝나면 동시에 사라져 버리는 데 있다. 마법의 순간은 짧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눈금길과 경계 녹지 사이 공간을 이어 학교숲을 만들기로 한다. 기존의 놀이기구가 있는 모래놀이터와 배수로는 건드리지 않고, 낮은 화단 울타리는 철거하여 하나의 공간으로 잇는다. 거기 서른 명의 아이들과 한 명의 선생이 들어갈 수 있는 데크를 놓는다. 고양이의 서식을 이유로 데크를 놓는 것에 회의적인 일부 선생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데크 하부 안쪽에 타공판을 두른다. 숲은 마가목, 모감주나무, 산딸나무, 살구나무. 팥배나무 그리고 산수국에 옥매화와 황매화, 참조팝까지. 결국 넘쳐나는 공사비로 철거와 데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학교는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며 나머지는 학교가 가진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하고 설계를 마무리 짓는다. 공사 시작하고 불거진 새로 온 행정실장과 불화는 만들어진 결과물에 비하면 곁가지枝葉다. 아무리 적은 공사비에 작은 공사라지만 철거, 콘크리트 포장, 배수로, 관수 설비, 목재데크, 식재 공사까지 없는 공종이 없는 시공을 잘 끝낸다. 교장선생과 시공사의 수고 덕분이다. 세 번의 감리 중 마지막에 놀이판 그림과 눈금이 도로 차선용 도료가 아니어서 다시 칠해야 한다 전하고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선학초등학교의 학교숲은 이제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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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숲 전경과 눈금길,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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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금길이 꺽여 학교숲과 만난다, 20234.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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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목과 모감주나무 그리고 둥근데크,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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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하부를 막은 타공판,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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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아래 여러해살이풀이 잘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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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와 산딸나무 그리고 둥근데크,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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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그림판 _사방치기 | 고두놀이,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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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금길 위의 놀이 그림판,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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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숲의 비낀 전경,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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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숲 전경과 둥근데크 그리고 모감주나무 노오란꽃, 2023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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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인천광역시 연수구 선학로 67
학교 면적 _11,362m2
사업 면적 _1,978m2
기획 | 감독 _인천시 교육청
발주 _인천 선학초등학교
사업매니지먼트 _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설계 _아뜰리에나무
워크숍 + 설계 기간 _2023. 09. 08. (2023. 12. 07. 계약일) - 2024. 02. 06.
공사 기간 _2024. 04. - 2024.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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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엥소 거리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1996 | 1998 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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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살던 집이 생각났다. 동쪽으로 창이 난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집었다. 아침은 매일 달랐다. 해가 뜨는 위치가 달랐고, 시각이 달랐으며, 구름이 달랐다. 그 새벽의 하늘빛도 늘 달랐다. 가끔 온 하늘이 붉게 새벽놀이 피는 날이면 하얀 방도 붉게 물들곤 했었다. 그 빛깔은 이전에 내가 알던 빨강과 전혀 다른 어떤 처연함이 묻어나오곤 했었다. 하늘도 땅도 몸도 그저 붉게 물들 수밖에 없는, 묵묵히 빨강이 되어가던 시간. 책꽂이에서 책등이 붉은 책들을 꺼내 쌓았다. _2014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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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말한 '예전에 살던 집'은 프랑스 빠리 뽀엥소 거리 2번지 13층이었다. 뽀엥소 거리는 빠리 14구, 몽빠르나스역과 만나는 에드가 뀌네 대로의 초입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다. 넓은 보행 가로인 에드가 뀌네 대로는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에 장이 서고 대로 중간에 몽빠르나스 묘지가 있다. 몽빠르나스 묘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시인, 소설가, 작가, 가수, 배우, 작곡가, 아니 그가 모르는 더 많은 사람까지. 그 가로에 있던 큰키나무가 버즘나무였는지 큰잎유럽피나무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끔 그곳에서 빠리의 동남쪽 하늘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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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나무가 있다 _01
동네에 나무가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도배된 도시지만 이 낡은 동네에 착각처럼 자라는 나무가 있다. 낡은 동네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집이 새로 지어져 자투리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 눈치챘겠지만, 이 나무들은 일컬어 조경수라고 부르는 일반적으로 조경에서 잘 쓰지 않는 나무다. 도시의 풍경이 왜 이렇게 삭막하냐고, 아마 조경가가 심는 천편일률의 나무가 한몫할 것이다. 그런 나무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그러나 그 많은 이유가 만들어낸 단조로운 풍경을 비집고 나무가 자란다. 몇 년 사이 동네에 매화나무가 사라졌고, 수양벚나무가 뽑혔으며, 벽오동이 자취를 감췄고, 은사시나무가 간곳없고, 아름드리 버즘나무가 조직적으로 베어졌다. 자주 서울이라는 도시에 굳이 나무가 필요할까 싶어진다. 관리라는 명목으로 저토록 나무에 해코지하는데 그냥 나무 없이 사는 것이 그들에게 더 마땅한 풍경이 아닐까. 이런 그의 음험한 생각과 상관 않고 동네에 나무가 있다. 자란다고 말하기에 무엇한 나무가 있다.
능소화나무 Campsis grandiflora | 아까시나무 Robinia pseudo-acacia
37° 35' 19" N
127° 00' 16"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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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04
_ 2016. 09. 19 _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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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나무 ateliernamoo.xyz@gmail.com
+82 2 766 4128-9
02880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43길 16,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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