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교각에 관한 낙서
뽀엥소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동네에 나무가 있다
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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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교각에 관한 낙서
_ 서울 뚝섬유원지 유휴 교각 경관 개선 설계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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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항공사진 | 청담대교를 지나는 전철에서 뚝섬유원지 두 개의 교각을 바라보다 _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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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에 관한 기억記憶
뚝섬유원지에 두 개의 머리 없는 교각이 있다. 남겨진 두 개의 교각은 고가도로의 수평과 수직이 직교하는 긴장 속에서 만들어졌으나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수평성이 제거된 채 오롯이 수직성만을 드러내며 땅에 박혀 있다. 다르게 보면 지상으로 솟구쳐 있다. 그렇다고 사라진 고가도로가 기억할 만한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사람이 바뀌고 그들이 점유한 땅이 바뀌면서 길은 늘 조금씩 그 모양새를 바꾼다. 지상에 발붙이고 허공에 걸렸던 길은 거기 기억할 만한 역사와 의미가 덧씌워지지 않은 이상 물리적 실체가 사라지면 허공에 그것을 다시 그리기 어렵다. 만약 상판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떠받치던 다릿발이 모두 남겨졌다면 고가도로의 의미와 상관없이 그 사라진 사물이 가졌을 즉물적 형태에 관한 상상으로 남겨진 교각은 지금과 전혀 다른 의미망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남겨진 두 개의 교각으로 그러한 상상을 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 물론 빈약한 상상력을 탓할 수도 있지만, 하나도 아니고 세 개도 아닌 두 개. 하나로는 말을 잇지 못하고 세 개가 가진 연속성은 잘라내 버린 두 개. 교각을 통해 우리가 기억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남겨진 연유와 상관없이 교각은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 장소의 맥락에 관한 전언傳言
한강이 북동쪽에서 흘러내려 와 서쪽으로 몸을 트는 자리 그래서 오랜 퇴적이 만든 길고 너른 모래톱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상상은 쉬 할 수 있지만, 김정은이 조경학회지에 실은 연구 글 '뚝섬유원지의 생성과 공원화' 를 보면 모래톱이 유원지가 되고 유원지가 둔치의 작은 공원이 되는 백여 년 시간의 과정과 전모를 알 수 있다. 모래사장이자 목장이었고 밭이었던 곳이 전차가 들어오고 유원지가 되었지만, 강과 도시, 나무와 사람이 경계 없이 하나였던 풍경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기억과 사진 속에만 있다. 강이 거대한 수조가 되고 모래사장이 둔치가 되고 버드나무와 포플러가 사라진 자리에 고층아파트와 두툼한 강변북로의 아스팔트로 강은 단지 시각적인 대상화가 되었을 뿐 어떠한 육체적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 산과 강과 집이 어우러지던 한양과 경성의 살곶이벌은 이제 없다. 흔적과 기억이 사라진 자리의 시간을 역류해 풍경을 되돌려 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고 장소가 말한다. 지금 서울의 거의 모든 풍경이 그리 말한다. 서울과 뚝섬한강공원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역류할 수 없는 과거의 풍경이 아니라 미래의 풍경으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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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있는 교각 2 너머 교각 1이 보인다 _2023. 10.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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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재한 낯선 경관景觀
지름 2.8m, 높이 15m 땅속으로 얼마나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콘크리트 원기둥 두 개. 이 물리적 사실 속에 교각에 관한 두 개의 시선이 내재한다. 쓰임을 다한 다릿발을 다시 교각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시선과 교각을 콘크리트 원기둥 자체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첫 번째 시선은 교각을 여전히 기능적 부재部材로 보는 인식이다. 청담대교 하부 수많은 다릿발이 내려온 뚝섬한강공원의 풍경은 남겨진 두 개의 교각이 마치 튕겨 나온 교각들의 잔해 중 일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시선은 교각은 교각일 뿐이라는 인식적 한계 속에 갇히면서 새로운 경관 혹은 지금 여기 너머의 풍경을 보는 시선을 차단한다. 두 번째 시선, 교각을 콘크리트의 물성을 가진 두 개의 원기둥으로 보는 시선은 도시 기반 시설의 일부였던 것을 그것이 가진 물성과 형상 자체로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다. 여기서부터 교각이었던 두 개의 사물이 어쩌면 기억을 지운 채 또는 기억의 편린을 붙잡고 하나의 오브제가 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시선이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인식 속에서만 지금의 한강을 하나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계를 넘어 새로운 미래의 풍경을 마주할 가능성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울은 경관적 특이점을 넘어선 지 오래다.
^ 잠재된 쓰임의 가능성可能性
교각이 다릿발이었을 때 쓰임이란 다리를 받치는 부재로서 기능이 가장 중요했지만, 예전 청계천의 수표교가 이름하듯이 그리고 지금 반포대교의 교각이 보여주듯이 단지 다릿발로만 쓰이지 않았다. 수표水標는 '강이나 저수지 따위의 수위를 재기 위하여 설치하는 눈금이 있는 표지' 라는 풀이처럼 다릿발에 매겨놓은 물 눈금은 교각의 또 다른 쓰임이다. 쓰임을 다한 남겨진 두 개의 교각을 다시 교각으로 돌려세우는 우매한 계획이 아니라면 두 개의 교각이 가진 가능성은 수표로서 기능인데 둔치에 안착한 지금의 다릿발은 그마저 불가능하다. 남겨진 도시 기반 시설이 다시 도시로 편입될 때 그것이 꼭 이전의 기능을 갖거나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우면 조금 더 즐거운 상상을 통해 미래의 풍경을 그릴 수 있겠지만, 도시 기반 시설을 넘어 하나의 오브제로서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개인의 상상과 사회의 상상이 충돌하는 지점까지 밀고 나가 개연성을 넘어 상징성을 확보하는 일이겠다. 여기서 설계가 시작된다.
김정은, 뚝섬유원지의 생성과 공원화, 한국조경학회지 46. 1, 2018, 127-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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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각 기상측기氣象測器 météorologie가 되다
두 개의 교각을 수표의 기능을 품던 교각 처럼 서울의 기후와 기상을 살피는 촉수인 기상측기로 바꾼다. 교각 _1은 비와 대기의 습기를 먹고 자라는 식물을 심어 강수와 습 도를 측정하는 기구가 되고, 교각 _2는 기압과 기온의 변화를 감지하여 빛의 색과 세기가 달라는 측기다.
디자인 동기 design motivation
변경주선인장弁慶柱仙人掌 Carnegiea gigantea | Saguaro
변경주선인장속Carnegiea에 딸린 유일한 선인장 종이다. 미국의 애리조나주, 멕시코의 소노라주 등지에 서식한다. 사구와로saguaro는 마요족 인디언들의 언어가 에스파냐어를 거쳐 영어로 전래된 것이다. 변경주선인장의 성장은 강수량에 크게 좌우되며, 150년 이상 사는데 75~100살에 가지가 자라기 시작한다. 가지 끄트머리에서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고 힐라딱따구리, 멕시코양진이, 보라큰털발제비, 금색딱따구리가 선인장에 난 구멍 안에서 살아간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한 세기를 넘게 살아가는 변경주선인장은 식물 진화 역사를 관통하며 지구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식물의 자세를 보여준다. 사막화 되어가는 도시 환경을 마주하며 변경주선인장이 가진 환경과 생명의 상징성을 빌어 대기의 습기와 구름의 추이를 감지하는 콘크리트로 된 선인장을 심는다. 선인장은 강우와 습도, 이슬점의 상황을 식물의 생육 상태를 통해 알려준다.
교각에 400x400 간격으로 지름 150, 깊이 300의 구멍을 뚫어 식재 구멍을 만들고 원통형의 화분 넣는다. 폭 15, 깊이 20의 물골은 관수와 배수를 겸한다. 관수는 자연 관수를 기본으로 하고, 강우량과 건기를 측정, 감지해 인공 관수를 한다.
연지느러미상어 Dalatias licha | Kitefin shark
연지느러미상어는 다라티대Dalatiidae과에 속하는 비늘 상어의 일종으로 발광 심해어다. 드믈게 발견되며 수심 200~600m의 해저에서 주로 발견된다 . 중성 부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기름이 채워진 간을 가지고 있어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으면서 물 속에서 천천히 항해할 수 있다. 기록상 가장 큰 빛나는 척추동물인 연지느러미상어는 매우 짧고 뭉툭한 주둥이, 큰 눈, 두꺼운 입술의 날씬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심해는 지구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간의 손이 아직은 미치지 않은 곳이다. 여기 발광심해어들이 산다. 깊어 어둡고 높은 압력 속에서 심해어는 스스로 발광하며 천천히 유영한다. 밤의 도시는 여전히 불야성이지만 스스로 불 밝히는 심해어 한 마리 풀어놓아 깊은 바다를 꿈꾼다. 심해어는 몸의 빛깔을 바꾸며 심해의 기압과 수온을 알려준다.
300x300 간격으로 지름 50, 깊이 100의 구멍을 내고 엘이디LED등을 설치한다. 교각의 상부 끝에 기압과 기온을 감지할 수 있 는 촉수를 내밀에 배전반에서 등의 밝기와 색을 조정한다. 교각의 외피는 서로 다른 다듬질과 칠을 해 문양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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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서울 광진구 자양동 97-5 일대
교각1_뚝섬한강공원 놀이터 인근, 교각2_뚝섬한강공원 4주차장 내
범위 _교각 2개, 높이 15m, 직경 2.8m
공모 주최자 _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한강여가사업부
공모일 _2023. 09. 12. 제출일 _2023. 10. 24.
작업 _아뜰리에나무 + 마스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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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엥소 거리rue Poinsot 2번지 13층에서 빠리의 하늘을 마주하다 1996 | 1998 _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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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나무가 있다 _02
가중나무 | 가죽나무 Ailanthus altissi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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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5' 20" N
127° 00' 14"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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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고래를 꿈꿨다... _05
_ 2016. 09.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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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나무 ateliernamoo.xyz@gmail.com
+82 2 766 4128-9
02880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43길 16,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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